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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Dec 28. 2018

<쇼코의 미소> 최은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애정, 연민, 에로스, 아가페, 게이, 레즈비언 등은 큰 분류에서의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쇼코의 미소를 포함 한 7가지 단편은 모두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내가 하는 사랑은 평생을 약속한 연인과의 그것, 아버지 어머니와의 그것, 오랜 친구들과의 그것들이다. 그리고 사실 나에게 있어 이들 각각의 사랑은 결코 같지 않다. 각각의 그것들의 우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연인과의 사랑은 부모와의 사랑과는 다르며 친구와의 우정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7가지 사랑의 대부분은 나의 그것들과는 다른 모습들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각자가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점에서 모두가 같아 보였다. 그 중에서 첫 단편에 실린 쇼코와 소유의 사랑은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는 단편속의 한 구절처럼, 작가가 그린 연애같은 우정은 내가 지금 연인에게 느끼는 사랑과 다르지 않았다. 함께 하는 순간을 소중히 하고, 때로는 질투와 시기로 얼룩지며, 멀어지면 그리워하는 모습은 너무나 닮아있다.


만약 무라카미하루키의 뇌세적인 표현을 닮아 두 주인공이 키스를 하거나, 서로의 육체를 탐했다면 이 작품의 전개와 분위기는 종교나 신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루키의 표현과는 달리, 작가는 나와는 다른 사랑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냈다. 어떤 점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사랑을 더 깊게 그려 주는 듯 하다. 에로틱한 사랑의 모습 보다 더!


이 책은 이렇게 다른 모습의 사랑을 깊지만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적어도)나와는 다르지만 우리주변에 널리 있는 사랑의 모습들이다. 혹시나 어떤 모습의 사랑이 다른 어떤 모습의 사랑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잔잔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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