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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Jan 02. 2019

<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유발하라리

전작만 한 속편은 없는 걸까?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에 이은 유발 하라리의 세 번째 저서이다.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이 지구의 최고 존엄이 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했고, 호모데우스는 최고 존엄이 된 인간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는 매력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는 새로운 의견보다는 앞선 두 권의 책 속에 담긴 내용을 21가지 의제를 통해 풀어나가는 구성이다.


역시 전작만 한 속편은 없는 걸까?


이 책의 부제는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그리고 제목은 21가지 제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나은 오늘에 대한 유발하라리에 대한 답이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만약 당신이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읽고 우울한 미래를 상상했고, 유발하라리가 제시하는 번뜩이는 -마치 앞선 두 권에 책에서 느낀 충격만큼– 해결책이 이 책에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는 우울한 미래를 21가지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앞선 두 권의 책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읽기 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두 권의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종교’ ‘신’과 같은 허구를 상상하는 힘이 사피엔스를 지구의 최고 존엄으로 만들었고, 신의 영역이었던 ‘기아’ ‘역병’ ‘전쟁’은 과학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되었다. 알고리즘을 필두로 한 과학은 사피엔스를 호모데우스로 진화시키고 있다. 과학적으로 외모가 뛰어나고 지능이 높고 신체능력이 뛰어난 슈퍼 일류가 탄생한다면, 빈부격차의 규모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게 커질 것이며 그 간극은 절대 좁힐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책의 간단한 내용이다.


혹시 이 글을 처음 본다면 이게 쉽다고?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앞선 책들과 내용이 겹치는 부분은 사실이고, 앞선 책들에서 느꼈던 충격에 비해 그 강도가 반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좌] 신과 함께 - 죄와벌, [우] 신과 함께 - 인과연 -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숨겨진 매력이 있다


다소 내용이 겹침에도, 앞선 두 권의 책들과 다른 숨겨진 매력이 있다. 유발하라리 자신의 이야기다. 유대인으로써 유대교에 대한 비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고찰, 진정한 자신을 위한 노력 방법 등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21가지 의제 속에 묻어두었다.


그는 유대인들이 최근 경제,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부분은 전 세계의 인구에서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중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고 말한다. 주변의 유대인들이 자신에게 일류 발전과정에서 기독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와 같은 종교를 중요하게 언급하면서, 왜 유대교에 대한 언급은 극히 일부밖에 없느냐는 비판에 대한 답이었다.


자신이 세상과 자아를 진정으로 보기 위해 명상 수련을 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명상을 접하기 전 어느 한 종교의 기술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고 꺼려 했었지만, 자아를 관찰하는 시간은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일 년 중 일부는 장기간의 명상을 위해 시간을 비우기도 하는데, 세상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가까워지기 위함이라 말하고 있다.


그동안의 두 권의 책이 제3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독자에게 ‘지금 세상이 정말 큰일 날지도 몰라!’라고 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조금은 다정(?)해진 느낌이다. ‘내가 보는 세상은 이런데, 너도 함께 고민해보지 않겠니?’라고 질문하는 모양새다.


그런 유발하라리에 질문에 독자가 대답을 할지, 고민을 할지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앞선 두 책을 읽고 그의 세 번째 책을 읽는다면, 그의 고민을 함께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이미 유발하라리의 팬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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