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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Sep 24. 2020

<금융투기의 역사> 에드워드 첸슬러

#금융투기의역사 #에드워드챈슬러 [평점 8.5 / 10.0]


이 책은 금융투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네덜란드 튤립 투기에서부터 미국의 대공황, 일본의 부동산 투기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이다. 각 사건들의 투기 방법과 투기꾼들의 태도, 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놨으니 관심 있는 분은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의 리뷰로 각 사건들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투기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아래서부터는 나의 생각이니 참고만 해주시길..ㅎㅎ).


투자를 책으로 공부하다 보면 아쉬움이 있다. 첫째는 시장은 효율적이란 가정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액면 분할만 했을 뿐인데 주가가 급등하고 한 회사가 100% 자회사로 분할했을 뿐인데 주가가 급락한다. 효율적인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기업의 본질이 같은데 주가가 왜 변할까? 교과서에서는 '장기적으로 시장은 효율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장기적으로 시장은 효율적이라 믿고 있다'가 진실에 가깝다.


두 번째는 기업가치평가 방법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현금흐름 할인평가(DCF)나 잔존가치평가(RIM) 모델의 기본 구조는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 현금의 현재가치 합' = '기업가치'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나 주식의 가치와 같은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기업의 이익이 모두 배당으로 이어 질리 만무하며, 계속기업을 가정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현금화될 수 있다는 논리는 비약이 많아 보인다.


PER과 같은 멀티플 비교를 통한 밸류에이션 방법도 있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PER이 80배가 넘기도 하는데 이 말은 회사의 주식이 회사 이익의 80배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인용해 유사한 산업의 평균 멀티플이 80인데 동종업계의 한 기업의 멀티플이 30이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비교적 저렴하다고 판단된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투기를 수학화한 일종의 허상일 수도 있다.


세 번째는 경영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장난 같은 용어들이다. 팩맨 디펜스, 포이즌필,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백기사/흑기사 등이 M&A 전략에 포함되는 용어들이다. 게임 같은 이런 단어들은 실제로 대학에서도 배우고 CFA 시험에도 나온다. 학문이라고 하기엔 이렇게 가벼워 보이는 용어들이 교과서에 실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점들로 인해 경영학이나 투자론을 이론적으로 공부할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자본과 인간의 투기적인 성향을 받아들이면 아쉬움이 어느 정도 채워지기도 한다. 주가의 비합리적인 움직임이나 몇십 배가 넘는 높은 멀티플, 장난 같은 경영학 용어들은 과거의 투기 경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시장을 음모론적 관점으로 투기세력을 관찰할 때  분석의 결과가 더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투기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자본시장에 도입된 법과 규제로 투기의 부작용은 점차 줄어들 수 있겠지만 투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개술이 세상에 나타날 때 시장은 투기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버블은 인간의 꿈과 희망으로 만든 미래이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의 발명, 신대륙의 발견, 인터넷, 비트코인이 그랬다. 어쩌면 지금의 시장을 이끄는 기술주들도 투기의 결과 일지 모른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투기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투기의 악영향만 생각하며 투기를 회피해서는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본시장의 투기성을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적응해 나가는 것이 투자의 성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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