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주도에는 삼다(三多),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가 많다고 한다. 제주에서 살다가 가끔 육지에 올라오면 제주의 삼다(三多)가 그리울 때가 있다. 제주도는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현무암이 많다. 현무암은 육지의 돌과 다르게 구멍이 뻥뻥 뚫려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들게한다. 하와이에 가보진 않았지만 마치 하와이 같달까. 그리고 제주에서도 특히 바람이 많이 분다는 서쪽에 있는 한경면에 이사를 갔을때만해도 바람에 흩날려 엉망이 되어버리는 머리카락때문에 머리를 자주 정돈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르마가 바람에 의해 촌스럽게 9대 1로 되어버려도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느끼기엔 제주도 할머니들은 강하다. 내가 사는 한경면에는 아직 해녀 할머니들이 날이 좋을때면 물질을 하시곤 하는데, 물에서 7-8시간 동안 일을 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한때는 내가 어느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해녀삼촌들이 와서 여기는 소라나 전복을 양식하는 곳이니 어서 뭍으로 나오라고 소리치며 화내시는 경우도 있었다.
양식장에서 물놀이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므로 양식장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 갔는데도 화를 내셨다. 젊은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덜한것으로 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제주 어르신들은 육지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강한 듯한다. 우스갯소리로 자동차 번호판이 ‘하', ‘호'와 같은 렌트카라면 신호가 바뀌어 가지 않는 경우 클락션을 울리고, 현지인 자동차라면 기다리며 배려해준다는 얘기도 있다.
문보영작가가 쓴 일기시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즉, 일기 읽기와 같은 수단으로 누군가를 이해한다면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 정보를 접하게 되면 제주사람들이 육지사람을 경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남로당 무장봉기와 이에 대한 정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도민들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한적한 제주 시골동네를 걸을때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 제주도민들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한다. 순간 60년전 그 공간에 살던 옛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공간이 맞았다면 우린 좋은 친구, 형, 삼촌이 될 수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