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 Sep 12. 2023

달라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책 <독서의 기록> - 안예진

<독서의 기록>



<독서의 기록>이라는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내가 이 책의 서평단을 지원했구나..' 하며 잊힌 기억을 끄집어냈다. 평소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크게 공감하는 바였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나는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싶고, 불변의 진리를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에 변치 않는 고전이나 철학, 또는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유명한 학자들의 책을 높게 평가했다. 헤르만헤세, 유발 하라리, 제레미 리프킨,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베르 카뮈, 한병철, 유시민 등, 누구나 이름을 대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람들의 책을 골라 읽었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어보려 노력했다. 그들의 책은 훌륭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았다. 자연히 나의 책 읽는 속도는 매우 느렸고, 읽고 싶은 책은 쌓여가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데에 자괴감을 느꼈다.


책 <독서의 기록>은 대기업을 다니며 도서 인플루언서가 된 유명 블로거의 에세이이다. 그녀의 삶에 번아웃이 오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 책을 읽고 도서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인생을 바뀌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일주일에 평균 5권의 책을 읽고 도서 리뷰를 남긴다고 한다. 처음에는 편견을 가지고 이러한 인스턴트 식의 독서가 얼마나 인생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심이 마구 들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저자의 방법은 그 수많은 책을 기억하고 언제든 필요할 때 들춰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 또한 독서모임을 하며 월 2권씩의 책을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 모두 좋은 책이었고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만 새긴 지식은 날아가기 일쑤였다. <독서의 기록>에 나온 저자의 방법을 활용하여 나도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좋은 구절을 언제든 뽑아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시작이 두렵다면, 일단 계속해!


'꿈 지도' 그리기

저자는 도서 블로그를 시작한 후 독서와 글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살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꿈 지도'를 그린 것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공감하던 바였다. 목표로 하는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깃발을 꽂아놓고 끊임없이 상상을 하면,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내가 그린 목표는 너무 먼 미래였다는 것이다. 한 30년 후의 목표를 그려놓고, 거기로 가기 위한 길을 설계하지 못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방향을 잃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라서 고민하고 시행착오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저자의 방법은 3년 단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것이다. 사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충격이었다. MBTI 파워 J형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장기목표만 거창하게 세워놓고 중단기 목표는 없었다는 것이다. 책꽂이에 꽂혀만 있던 노트를 꺼내서 3년 계획을 써보기 시작했다.


문어발 독서법

3장 '도서 인플루언서 되는 독서 술법'에서는 독서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제시해 준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것이 문어발 독서법인데, 나 또한 그날 기분에 따라 이 책, 저 책 조금씩 건드려가며 읽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려운 책을 주로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진도가 잘 안 나가면 또 다른 분야의 책을 집어보고, 또 돌아갔다가 다시 다른 책을 집어보았다. 다만 죄다 어려운 책이어서 완독하는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자의 방법은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섞어서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했지만 다른 책들에 밀려있었던 소설책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독서의 기록>에서는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글쓰기 술법이나 블로그 운영 술법, 그리고 저자만의 다양한 인생 레시피들을 제공해 준다. 저자의 방법이 꼭 모든 사람들에게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보면서 나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그동안 살면서 느낀 착취적인 권위주의, 자본의 효율성에 감춰진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해서 주류에서 멈추고 반대의 흐름을 만드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기에 흐름에서 멈춰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변화가 느린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시스템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물줄기를 바꾸는 전략적인 변화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독서의 기록>은 나의 삶에 거대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전략적인 무기를 갖추게 만든 책이다. 스스로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그 시작으로 독서를 해보고 싶다면, <독서의 기록>을 추천한다.


안정된 상태에서 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도와 행동이 변화를 끌어낸다. 변화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예전의 나로 끌어당기려는 마찰력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마찰력을 극복하는 시점부터 변화가 조금씩 시작된다. 변화하고자 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남는 시간이 아닌,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고 확보된 시간을 집중해서 활용해야 한다. 시간은 만드는 자의 것이다.

<독서의 기록> p.235~23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