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잃었다는 걸 처음 깨달은 건,
늘 놓아두던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였다.
그건 물건 하나의 부재라기보다,
공기 중 어딘가 빠져버린 온기 같은 것이었다.
처음엔 그냥 흘러간 하루라고 생각했다.
그저 피곤하거나,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익숙하던 길이 낯설어지고,
평소 듣던 노래가 자꾸만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늘 가장 평범한 순간에 가장 선명하게 찾아온다.
누군가와 웃던 기억 속 자리,
함께 걷던 골목 어귀,
그리고 문득 마주친 노을빛 같은 것들.
그 앞에서 멈춰 선 나는,
늘 혼자가 아니다가
이제는 온전히 혼자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상실감이란 건 그렇게,
말이 아닌 침묵으로,
행동이 아닌 멈춤으로 다가온다.
누가 내 안에서 조용히 짐을 싸서 떠나간 것 같은 기분.
그가 남긴 건 아무런 소리도 없지만,
도리어 그 침묵이 세상의 모든 소음보다 크게 들린다.
내가 잃은 게 무엇인지 말하려고 하면
입술이 먼저 떨린다.
이름을 꺼내지 않아도 아는 마음.
그리움이란 건 때로 너무 명확해서
차라리 말이 모호해지는 감정이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결국 내 안의 일부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
아무 일 없는 척,
괜찮은 사람인 척,
마음 한 구석이 비어 있음을 애써 감춘다.
사라진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빛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하루.
그래서 상실은 언제나 늦게,
그러나 아주 깊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