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라는 말

울엄마가 보고 싶다.

by 천재손금
사람이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펌프, □□공원 인근 펌플런스 출동하세요.
노인이 갯벌에 누워 있다는 신고 내용입니다.
현재 위험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참고하세요.”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던 어느 늦은 저녁이었다.
화재 상황이 아니었기에, 마음은 평소보다 조금은 가벼웠다.
출동 중 대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갯벌에 누워 계셨을까?'


결론은 조개를 캐러 들어갔다가 고립되신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다.


□□공원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으로,
여름 저녁이면 무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이한 건 사람들의 시선과 스마트폰이었다.
펌프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우리를 찍고 있었다.
불편하지만, 응원이라 여기며 무시하는 편이다.

신고자와 함께 난간에 섰다.
아래로 갯벌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노인이 서 계셨다.
80대쯤 되어 보이는 분.
체크무늬 반바지와 등산용 반팔 차림.
다리와 팔 엔 멀리서 봐도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썰물로 드러난 갯벌은 난간에서 약 5미터쯤 아래였다.

“괜찮으세요?”

노인은 멋쩍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하… 민폐만 끼치네요. 사다리만 내려주시면 제가 혼자 올라갈게요. 참 죄송합니다.”

대원들이 사다리를 준비하는 동안
얼음물을 로프로 묶어 먼저 내려드렸다.
내려가던 내내 그분은
“아휴, 제가 민폐만 끼치네요…”
그 말만 반복하셨다.

허리에 로프를 묶고 사다리를 오르셨다.
그 뒤를 대원이 포개듯이 따라 올라왔다.
노인은 사다리를 오르면서도
계속 민폐라고,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

갯벌 위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그의 몸은 퉁퉁 부어 있었다.
날카로운 돌에 부딪혀 생긴 상처, 빠진 기력,
이미 병원 이송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병원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고생하시는데… 저까지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 참았던 눈물을 흘리셨다.


그 순간, 공원 위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 소방차다! 소방관 아저씨들이다! 여기 서봐~”
한 아이의 어머니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누군가는 셀카를 찍었고,
누군가는 우리와 그 노인을 한 프레임에 담았다.


그 노인이 울고 계시던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분은 조개를 캐러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썰물 때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ㅠㅠ

썰물이 빠지고 한참이 지난 후,
갯벌 한가운데에 서 계셨다고 한다.

그분은 내내 “민폐”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구조받는 순간에도,
사다리를 오르며 다리에 힘이 풀리던 순간에도,
병원 이송을 권유받던 순간에도.

그 짧은 말에 담긴 건
어쩌면 미안함이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망설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고 말할 때,

진짜 민폐는,

누군가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고,
아이에게 포즈를 시키는
그 무심한 시선들이 아니었을까.

그날, 바닷바람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나니, 울엄마가 보고 싶다.




『친구에게 들려주는 소방관 이야기』 브런치북에 실린 글을 리라이트 한 이야기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