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은 존댓말로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저는 소방관입니다. 현장 근무를 하고 있고요.
그제 오전 9시에 출근해 24시간 근무를 마친 뒤, 잠시 퇴근했다가 어제저녁 5시, 대직 근무(속칭 ‘땜빵 근무’)를 위해 다시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9시에 퇴근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고층 아파트에서의 투신, 집 안에서의 목매달음—
그분들이 어떤 이유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고,
현장엔 오직 처참한 흔적과 남겨진 가족의 절규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마음 깊이 슬펐습니다.
체력단련 시간, 러닝머신 위에 올라 달리며 계속 생각했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사람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까?”
하지만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날은 흔치 않습니다.
새벽 3시 39분, 스피커를 통해 출동 지령이 내려왔습니다.
“자살 시도자 발생.”
비몽사몽 한 상태로 지휘 차량에 올라타면서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제발, 제발…’
새벽의 한산한 도로를 달리면서도 시간이 왜 그리 더디게 느껴지던지,
앞선 두 건의 죽음이 주는 불안감과 공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장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무전기가 울렸습니다.
그 순간, 제 숨이 ‘푸하—’ 하고 빠져나갔습니다.
살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마치고 무사히 철수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분이 왜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하셨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그저, 부디 건강하시고 다시 삶의 의지를 회복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신 분들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어제 하루를 함께 견뎌낸 우리 소방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PTSD를 잘 극복하길 바랍니다.
[달리기 일지 – 2025.6.23. 20:06~21:11]
몸무게 : 몸무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설득중
눈바디 : 얼굴살 갸름해짐
특이사항 : 출동인지 확인하느라 일지정지를 2번이나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