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슬럼프

D+11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완전한 혼자됨을 위한 키워드-
체력, 메타인지, 비교하지 않기, 다름의 인정,
슬럼프 극복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이너피스를 위해 달리고 있지만,

정작 달리기가 내 이너피스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퇴근하자마자 업무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전날 새벽 4시쯤, 지하철 환풍 시스템 화재로 출동한 이후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죠. 몸은 무겁고, 눈은 시큰거렸습니다.

씻고 잠시 누운 그 순간, 오늘 저녁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오후 3시. 모임 참석을 위해선 늦어도 6시엔 나가야 했고, 술자리이니 대중교통을 타야 했기에 시간 여유도 없었습니다.
“지금 자면 못 뛴다. 뛰고 자자.”
그러나 너무 피곤해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고민만 하며 보냈습니다.
결국 잠도 못 자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채 헬스장으로 내려갔죠.


사실 처음엔 인간관계에 지치고, 스스로를 추슬러야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이 루틴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저 ‘빠뜨리면 안 되는 일’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유혹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그 무언가는, 아마도 내면의 나약한 나였겠지요.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 위에 섰지만, 기분이 그렇다 보니 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왠지 다칠 것 같은 예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속도 6km/h.
1시간 내내 조용히,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이걸 왜 하지?
내가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너피스를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
정작 지금은 내 평화를 가장 먼저 흔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무중단으로 90일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죠.
몇 번쯤 슬럼프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날에 뜬금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달리기 일지 – 2025.6.26. 16:49~17:49]

몸무게 : 빠지든 말든
눈바디 : 별로~~
특이사항 : 특이사항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