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거짓말로 흘린 땀

D+12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완전한 혼자됨을 위한 키워드-
체력, 메타인지, 비교하지 않기, 다름의 인정, 슬럼프 극복, 거짓말하지 않기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거짓말 없는 꾸준함이야말로, 진짜 이너피스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람이 간사한 게, 지난 회차에서 ‘슬럼프’라는 말을 꺼내놓고 나니 진짜 슬럼프인가 싶은

우울한 기분이 하루 종일 따라붙었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저녁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선배님들의 퇴임식 행사였기에, 오후엔 참석이 불가피했죠.

점심을 먹고 서둘러 뛰자,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자—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후 1시 30분부터 2시 사이에 기사님이 방문할 수 있다는 겁니다. 퇴임식 참석을 위해 3시 30분에는 나가야 했기에, 시간상 달리기를 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러닝머신에 오르지 못한 채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계속 찜찜한 마음이 들었고,


‘결국 이렇게 무중단 달리기 프로젝트는 끝나는구나’ 하는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퇴임식 행사 후 뒤풀이 자리에 가보니, 같은 소방서 동료들이 80명 넘게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써도 마음이 술자리에 기울지 않았습니다. 흥겨워야 할 자리가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묘한 불안감도 느꼈습니다.

참다 참다
결국 저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싶은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


러닝머신 위에 다시 올라서면서도, 불편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속도를 천천히 올려가며 걷고 뛰기를 반복하자, 온몸에서 땀이 쏟아졌습니다.

회식 자리를 빠져나온 건 분명 제 선택이었고,
누구 하나 저를 깊이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한두 명쯤은 제가 어디 갔는지 궁금해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물음’조차 별 의미 없이 흘러갔을 겁니다.

문제는 저였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불편했습니다.


사실, 거짓말을 해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앞으로도 안 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부끄러웠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뭐 하나 오래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음을 다잡았던 날도 흔들리고, 흔들린 하루 속에서도 다시 마음을 붙드는 일은 반복됩니다.

어쩌면 오늘 내가 감당한 불편함과 찜찜함도 그 꾸준함의 한 조각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달리기를 했지만,

1시간이 끝나고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순간엔

약간의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즐겁게 목표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앞으로는 꼭 찾아보려 합니다.
그런 방식이야말로, 진짜 이너피스에 조금 더 가까운 길이니까요.




[달리기 일지 – 2025.6.27. 20:26~21:27]

몸무게 : 안 재서 모름
눈바디 : 갸름?

특이사항 : 미라클 모닝 달리기를 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