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화재출동 실황 기록

D+22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완전한 혼자됨을 위한 키워드-
체력, 메타인지, 비교하지 않기, 다름의 인정, 슬럼프 극복, 거짓말하지 않기, 나 자신 관조하기, 재빠른 조정, 불굴의 의지, 나이 듦의 미학, 귀신 안 무서워하기, 건강한 베풂, 보람, 선택과 집중, 자기 인내, 침착함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야식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직장 동기 중에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오늘 그 친구가 “팀원들한테 한턱 쏴라”며 배민 쿠폰을 보내줬습니다.
요즘 달리기 프로젝트 덕에 야식을 끊고 살았는데,
오늘만큼은 ‘예외를 줘도 되겠다’는 기분 좋은 핑계가 생긴 거죠.
신나게 주문을 완료하고, 배달 시간을 밤 9시로 지정한 뒤
저는 평소처럼 달리기를 준비했습니다.

소방서에는 꽤 잘 갖춰진 체력단련실이 1층에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층 복도 끝에 놓인, 다소 연식 있는 러닝머신을 이용합니다.
몸짱 후배들과 함께 운동하면 몸꽝인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오히려 그분들도 불편하실까 봐—
저 나름의 배려입니다.
기계가 낡았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어차피 내 몸이 더 문제니까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곳이라 땀이 줄줄 흘렀지만,
야식을 먹기 전 마지막 운동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뛴 것 같습니다.

19시 45분.
야식이 오기 전까지 땀 좀 빼보자며 준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조용한 공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달렸습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그곳은 곧 사우나처럼 변했고,
40분쯤 지나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무렵—


“삐용~ 화재 출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동현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지령이 떨어졌습니다.
출동 벨과 동시에 전 서둘러 차고로 달려갔고,
방화복을 입으며 곧바로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관계자분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어느 정도 진압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재발화 위험을 막기 위해 전기 차단, 환기 조치, 주변 정리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마친 후 복귀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늘 그렇듯 한증막 같았고,
안 그래도 땀에 젖어 있던 몸이 더 흠뻑 젖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무사했고, 불도 번지지 않아 그저 다행일 뿐이었습니다.


소방관의 출동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 뭐를 하고 있든 무조건 뛰어야 하죠.
샤워 중이어도, 식사 중이어도, 심지어 화장실에 있어도요.
무전으로 상황을 듣는 동시에 방화복을 걸치고,
계단을 두세 개씩 건너뛰며 차량으로 달려갑니다.
(영화처럼 봉을 타고 내려오진 않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출동하는 모습을 독자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샤워 중에는 촬영이 불가능하니까,
40분밖에 달릴 수 없었던 오늘,
그 이유를 증명할 겸 짧게나마 현장 영상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소방서로 복귀하니
야식은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오랜만이라 맛있게 먹었죠.
달리며 흘린 땀 탓에 탈수 증상이 오는 것 같아
물을 벌컥벌컥 마셨더니,
배는 야식 때문인지 물 때문인지 터질 듯 불러왔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누군가의 밤으로 달려갔습니다.
땀과 불, 식은 야식, 그리고 약간의 허탈함까지—
이 모든 게 오늘 하루를 꽉 채워줬습니다.




[달리기 일지 – 2025.7. 7. 19:51~20:31]

몸무게 : 안재서 모름
눈바디 : 뭐 별로
특이사항 : 땀이 많이 나서 어지러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