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자전거

Section. 이별

by 천재손금


문 앞에서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읽음 표시도, 알림도.
그는 화면을 끄지 못한 채
현관에 기대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건
그쪽이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 말도 오지 않았다.
그는 괜히 화면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새로 고침을 해도
결과는 늘 같았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집에는 늘 사람이 없었고,
오후는 혼자 견뎌야 할 시간이었다.
동네 공터에 가면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은 멀어졌다.
그는 늘 그 뒤를 뛰었다.
어느 날부터
그는 공터에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늘 같은 상상을 했다.
오늘은 혹시,
삼촌이 자전거를 사다 놓지 않았을까.
대문을 열기 전까지는
모든 게 가능했다.
문을 여는 순간에야
항상 같은 걸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 기대는
끝내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대가 커질수록
스스로를 멈추게 하는 말을 하나 만들었다.
“삼촌 자전거.”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
광고 문자였다.
잠깐 남아 있던 기대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졌다.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혹시나 해서였다.
다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직 끝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먼저 말을 걸어올 것 같다는 마음.
그럴 때마다
그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삼촌 자전거네.”
그 말을 하는 순간
메시지 입력창은 닫혔고,
보내지 못한 말은
다시 마음속으로 접혔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말이 나올 때는
상상이 이미 현실을 앞질렀다는 걸.
충분히 애쓴 일 앞에서는
이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다려도 괜찮을 때는
기대가 이렇게 초조하지 않았다.
오늘,
그는 그 말을 여러 번 중얼거렸다.
너무 쉽게 나오는 걸 보니
이번에도
문 앞에 서 있던 아이의 차례였던 것 같다.
연락을 기다리며
문을 열지 않아도 될 걸 알면서도
계속 문 앞에 서 있는 아이.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현관 불을 껐다.
집 안은 조용했고,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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