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중요하지 않아

주인공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을 가득 차지하는 일이라는 걸

by 주석현실

태어나 처음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반짝이는 조명이 날 비추고,

엄마가 객석 어딘가에 앉아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는 사실 공주가 되고 싶었다.

아니면 하늘하늘 나비라도.

기왕이면 날개 좀 달고 싶었다.


근데 나는… 개구리가 되었다.


선생님이 진지하게 배역을 나눠주시며,
"개구리는 중심이에요. 아주 중요한 역할이에요."
라고 말했지만, 내겐 위로로밖에 안 들렸다.


그래도 포기 못했다.
공주가 아니면 뭐 어때.
그날 무대에서 제일 빛나는 개구리가 되기로 했다.


팔은 두 배로 더 크게 뻗고,

노래는 배에서부터 끌어올려 숨이 닿는 끝까지.

숨이 모자라서 얼굴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나는 간절했다. 엄마가 보고 있었을 테니까.


막이 내리자마자,

무대에서 제일 먼저 한 건 퇴장이 아니라 엄마 찾기.


엄마가 “우리 딸 최고야!” 하며 안아줄 걸 기대했는데

엄마 얼굴엔 눈물이 번져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공연이 슬펐나?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걱정되는 찰나, 엄마가 날 꼭 안고 말했다.

“너밖에 안 보였어.

네 목소리만 들렸어.

진짜 최고였어.”


그때 알았다.

공주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그날, 엄마의 세상에서 나는 이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라는 건,

누군가의 마음을 가득 차지하는 일이라는 걸.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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