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섬유제 냄새 사이로 오래전 엄마의 손길이 떠오른다.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면, 단정한 숏컷에 빨간 립스틱,
구김 없는 홈웨어를 입은 엄마가 웃으며 마중 나왔다.
“우리 딸, 학교 잘 다녀왔어?”
18층이라 해가 유난히 잘 들어서 그런가,
엄마 주변으로 후광이 비쳤다.
정돈된 거실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엄마는 나를 향하던 두 눈으로 다시 거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관할에서는 먼지 한 톨 허락되지 않았다.
반듯하게 선 쿠션, 반짝이는 바닥.
그녀가 스쳐간 자리마다 마치 5성급 호텔처럼 빛이 났다.
정성스럽게 정돈된 집 안을 걷다 보면
나는 어느새, 엄마의 손길에 감싸인 것처럼 따뜻한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 완벽한 질서는 점점 벽처럼 느껴졌다.
왜 이토록 반듯해야 할까.
왜 작은 흐트러짐조차 허락되지 않는 걸까.
나는 가방을 아무 데나 내려놓고 싶었고,
신발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 숨 쉬고 싶었다.
엄마의 손길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그 다정함마저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 모든 정성들이 마치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긴 하루를 마치고 어두운 현관문 앞에 선다.
텅 빈 집 안으로 들어서
조심스레 불을 켜면,
차갑고 고요한 공기가 나를 맞았다.
신발을 벗어 툭 내려놓고 싶었지만
어느새 몸은 먼저 움직였다.
가지런히 신발을 모으고,
소파 위에 던진 가방도 제자리에 걸어두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부엌 싱크대 위에 흩어진 식기를 정리하고,
침대 끝에 걸쳐진 옷을 개어 옷장에 넣었다.
어느새 자정을 넘긴 시간,
건조기에서 꺼낸 수건을 접다가
향긋한 섬유제 냄새 사이로,
오래전 엄마의 손길이 떠오른다.
언젠가 엄마가 내 교복을 다려두던 모습,
매일같이 수건을 접어 수납장에 채워 넣던 모습을.
그때는 몰랐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기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사랑이었는지.
지금에서야 안다.
반듯하게 정돈된 공간들 너머로,
엄마의 다정함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엄마가 그랬듯
흐트러진 하루를 천천히 정리하며
나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서툴지만, 조심스럽게.
매일의 작은 수고를 쌓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