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 켜고 들어갈게요

누구 하나 급발진하면, 둘 다 마음에 큰 사고가 나는 거다

by 주석현실

연애 초반은 마치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와 비슷하다


출발은 설레는데,
앞차랑 간격은 얼마나 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브레이크는 언제 밟아야 할지 헷갈린다

조금만 속도 내면 내가 감당 못 할 감정이
핸들 틀듯 확 돌아버릴 것 같고


깜박이 켜는 것도 어렵다
“나 이제 들어갈게?”
이 타이밍에 말해도 되는 건가?

신호는 많고, 마음은 바쁘고,
자꾸 머릿속은 복잡한 교차로가 된다


누구 하나 급발진하면,
둘 다 마음에 큰 사고가 나는 거다


그래서 조심조심,
속도도 맞춰보고,
간격도 조절해가며 서로의 신호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길을 달리는 게 조금 편해진다


신호등만 보던 시야에

풍경이 들어오고,

핸들만 꽉 쥐던 손 위로
상대의 손이 포개질 수 있게 된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거나,


“여기 좀 멈췄다 갈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운전이 편해지면 드라이브가 되듯,
사랑도 익숙해지면 관계가 된다


서툴고 미숙한 순간을 지나
함께 웃으며 길을 즐길 수 있는 관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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