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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Jun 28. 2016

제주에서의 자녀 교육이란

이상과 현실

 지난 주말에 영어 마을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꽤나 낯선 디자인의 외국 SUV를 타고, 당장 청담동 카페에 던져놔도 어울릴 듯한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아주머니였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길래 "유치원 보내요?"라고 물어보니 "국제학교에 다녀요"라고 답한다.


 .... 덕분에 국제학교에 유치원 과정이 있는걸 처음 알긴 했지만.. 보통 유치원 다니냐고 물어보면 그냥 유치원이라고 답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국제 학교라는 우수한(돈 많이 드는) 시설에 보내는 걸 뽐내고 싶었던가 보다.( 여담이지만 그분 말로는 영어 마을엔 아이와 엄마만 내려와 있는 집이 꽤 많다고 한다. 아빠는 주말에나 내려오고.. 그래서 자기들끼린 과부촌이라고 부른다고..;; )

제주 국제학교


 보통 가족과 함께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제주의 육아 환경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무거운 학업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그런 환경일 거라고 말이다.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이런데서 뛰어놀 줄 ..


 그런데 제주도에 와서 보니.. 의외로 제주도는 학구열이 높다. 부모들이 자식들을 어떻게든 공부 많이 시켜서 육지로 내보내려는 열망이 있다. 덕분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제주시나 큰 읍에 있는 친척집에서 하숙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학교 숫자도 좀 부족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단다. 일이 있어서 잠시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거의 수도권의 초등학교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학교 마치면 우르르 몰려서 학원을 다니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 분위기가 살짝 더 밝기는 했다. 애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들 인사를 하면서 지나가더라..;; 예전에 봉사활동하러 갔던 수도권의 초등학교 애들은 죄다 어른을 못 본채 하고 지나갔었는데.. )


 그나마 지금 내가 있는 지역이 시골이라 이 곳 초등학교나 유치원의 분위기는 처음 가지고 있던 환상을 상당히 충족시켜주는 편이다. 아주 적은 인원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면서 지낸다..... 정말 논다. 공부라는 걸 안 하고 논다...^^;... 8살이 돼도 한글을 모르는 경우도 꽤 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과연 어떤 수준에 맞춰서 학습을 시킬 것인가.... 제주시 기준으로 시키면 사실상 수도권 초등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 1학년 전에 한글과 기본적인 숫자는 다 해야 하고, 애가 학습 능력이 되면 영어도 시켜야 한다. 피아노나 그 외 예체능도...  


 그리고 이곳 시골 기준으로 학습을 시키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어야 한다.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의 일과를 보면... 아침 9시에 가서.. TV를 보고(!?)... 잠시 만들기 수업 같은 걸 하고... 점심을 먹고... 논다... 간식 먹고.. 또 논다... 논다.... 오후 6시까지 놀다가 집에 온다. 특성화 교육이라는 걸 하는 것도 같긴 한데... 도시와 비교해서 수준이 확실히 떨어진다. 그리고 일과 자체도 원래 수원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랑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그곳에선 거의 매시간마다 각종 학습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뭐 국제학교 수준으로 시키자면.... 음.. 이건 답 없다 ^^;... 웬만한 서울 강남 애들 정도로 빡세게 돌려야 할 거다.  (약간 웃긴 건.. 국제학교 초등학교 과정은 노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엄마들이 좀 불만이 있다고 들었다. 이 비싼 돈(월 400 정도?) 내고 애를 보내는데, 애가 놀다가 집에 온다고....;; )


 .... 어떤 수준으로 맞춰주는 게 좋을까? 애가 원하는 대로?

 첫째한테 물어보니 지금 하루 종일 노는 유치원보다 수원에서 타이트한 수업을 하던 유치원이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거기선 요리 수업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동물 학습도 하고 이런저런 뭐가 많았다고...


 애가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한가롭게 지내는 게 좋을 거라는 건 그냥 내 착각이었다. 애는 더 많은 자극을 바라고 그 자극에서 계속 열심히 배워가는 걸 더 선호했다.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니 이곳 유치원의 방침은 아이가 놀이 속에서 배우도록 유도하는 거라고 한다. 한글, 산수 같은 거보다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훨씬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글쎄... 첫째는 누굴 닮았는지... 선생님의 그런 교육 방침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 혼자 따로 한글을 공부해 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게 학습지라는 걸 신청하게 되었다. ( 이것도 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골 지역엔.. 학습지 교사가 방문하지 않는다..;;;;; 정말 간신히... 한 명 구했다 ㅋㅋ )


 도시에서 자극을 계속 받다가 와서 그런 건지.. 이거 외에도 애가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게 너무 많다 -_-;... 피아노, 인라인 스케이트, 영어, 그림 등등... 도시라면 어렵지 않게 학원을 찾아서 보내면 되는데.. 이곳 제주.. 그것도 시골에선 하나같이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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