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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Nov 30. 2016

제주도에서 귤이란

컨테나 단위로 선물하는 것

요새 인터넷에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 제주 사람이라고 다 귤나무를 키우는 건 아니지만 우리 집엔 귤나무가 있다.

- 우리 집은 제주고, 귤나무를 키우지도 않지만 집에는 귤이 많다

- 후배가 내 귤 먹더니 맛있다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길래 당황했다. 한 번도 귤을 돈 내고 사본 적이 없어서다

등등..


흔히 제주 사람들은 귤을 돈 내고 사 먹지 않는다고 한다. 첨엔 그 말이 그냥 허세 같은 건 줄 알았다. 

마치 대학교 1학년 때는 내 돈 내고 밥 사 먹지 않는다라는 거처럼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 와서 알게 된 건... 정말 제주 사람들에게 귤은 돈 내고 사 먹는 과일이 아니라는 거다..;;


요즘 도서관이나 식당이나 대충 아무 데나 가면 귤이 널브러져 있다. 식당 카운터에 그냥 입가심으로 먹으라는 사탕처럼 귤이 박스채 놓여있는 것이다. 대체 귤이 왜 이렇게 남아돌까... 그러면서 마트에 파는 귤은 또 왜 그리 비싼가 -_-; 


요 사진처럼 귤나무 한 그루에는 귤이 엄청나게 열린다. 한 그루당 귤이 몇 박스 정도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귤 중에 판매가 가능한 귤과 아닌 귤이 나누어지는데.. 소위 파치라고 부르는 판매가 불가능한 귤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리고 판매가 안된 귤은 버려지거나 썩어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귤 딸 사람이 모자라서 못 따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 등등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주엔 그냥 귤이 많다. 아는 사람들한테 몇 박스씩 선물로 그냥 줘도 무방할 정도로...;;; 


아니 그러면 좀 싸게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귤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따는 인건비,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지금도 거의 마진이 없는 것 같다. 제주에서 그냥 길가에 돌 주워다가 택배로 육지에 보낸다고 하면 1박스에 얼마 정도 받아야 할까?... 박스 택배비가 5000~10000원에다가 돌 줍는 인건비에, 박스비에 등등... 지금 머릿속에 대충 떠오르는 그 가격이 최저가로 팔리는 제주 귤의 박스당 가격이다 -_-;;

제주도 사람끼리 귤 주고받을 때는 이 모든 비용이 거의 0에 가깝기에 가능한 것 같다. 


귤 이야기를 한 김에 좀 알려줄 게 있는데, 얼마 전 파치 귤을 인터넷으로 저가에 판매하는 악덕 상인들이 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그 뉴스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 나도 얼마 전에 무농약 귤이라고 해서 한 박스 샀는데, 표면도 정말 더럽고 이상한 귤이 왔다. 그게 파치였구나. 


나도 제주도 오기 전에 가끔 귤 사 먹을 때 표면에 이상한 게 있고 하면 나쁜 귤인 줄 알았다.

요렇게 생긴 귤 말이다. 

마트 같은데 판매 기준으로 이 귤은 파치다. 모양이나 색상 등에서 기준 미달의 귤인 것이다. 그런데 이 귤은 무농약 재배로 키워진 귤이다. 무농약 재배를 할 경우에 표면에 생기는 저 검은 점은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 대신 귤은 정말 맛있다. 저 댓글을 단 사람은 제대로 제배된 무농약 귤을 구입한 것이다. 물론.. 마트 등의 판매 기준으론 파치가 맞다. ( 사실 웬만한 무농약 재배한 농작물은 마트 기준으론 대부분 판매 기준 미달의 모양이다.. )

그러니 혹시 조렇게 생긴 귤을 보면.. 아 이건 약 안치고 재배한 귤이구나.. 하고 드시면 된다 :).. 예쁜 귤을 선호하건 약 안친 못생긴 귤을 선호하건.. 그냥 소비자의 판단인 것 같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 잔뜩 받았던 귤이.. 거의 다 떨어져 간다. 아직 제주에 인맥이 그리 없어서 추가로 귤 받을만한데가 없다 -_-;;............ 돈 내고 사 먹어야 하나 ㅜㅜ 아직 제주 사람이 되긴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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