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외국인들
수원에서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다른 애 친구들의 부모는 모두 토종 한국인이었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애가 다니는 유치원을 보니 부모가 토종 한국인인 경우가 15명 중에 3명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베트남, 태국, 몽골, 미국에서 온 사람이 하나씩 섞여 있다. 그리고 조손 가정도 있고, 약간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있다.
뭐랄까 느낌이 참 신기하다. 물론 애들은 다들 한국어를 쓰지만 왠지 국제적인 다양성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느낌이다.
(오히려 제주 국제학교에는 외국인이 별로 없고, 부모가 한국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
여지껏 살아오면서 외국 사람들이 주변에 섞여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99:1 정도? ... 그런데 제주로 오면서는 그 비율이 다소 올라갔다. 체감상 6:4는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비율은 시골이라 더 그런 감도 있다. 육지도 아마 시골 가면 대부분의 젊은 여성은 외국에서 시집온 분들일 거다 )
아쉬운 건 그분들이 자기 나라의 특색을 꽁꽁 숨기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난 개인적으로 다문화를 지지하고, 또 좋아하기까지 한다. 저분들이 저마다 자신의 나라에서 만들어 먹던 요리라던지 풍습 같은 걸 애들한테 알려주면 참 재미있을 텐데...
물어보니 애들 중에 엄마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애가 거의 없다. 엄마들이 일부러 한국어로만 애한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혹시나 애 한국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한국어가 이상하면 꽤나 차별받는 나라지 않는가..;; 이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애들끼리 각자 엄마들 말 배워서 외국어 주고받으면.. 베트남어, 중국어, 태국어, 영어, 몽골어... 참 여러 가지로 배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만 보면서 자라났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꽤 있고, 그게 깨지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자녀들은 보다 열린 시각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홍콩을 갔을 때 디즈니랜드에서 라이온 킹 공연을 2회 봤는데. 주인공 역할을 맡은 사람이 한 번은 중국인이었다가 또 한 번은 흑인이 하길래 깜짝 놀랐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데.. 내 안에서 그냥 여긴 홍콩이니까 당연히 중국어를 하는 배우가 주인공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 그냥 외국에서 한 2~3년 살아보는 게 더 낫으려나... 하는 생각도 요즘 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