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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Oct 13. 2016

하늘을 나는 닭

치킨런

"뭐? 암탉끼리만 있어도 달걀을 낳는다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처음 제주도로 왔을 때 달걀을 먹을 요량으로 닭을 키워볼까 했는데 새벽마다 "꼬끼오~!!!" 하고 울어대면 괜시리 옆집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주저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달걀을 낳는데 굳이 수탉은 없어도 된다고 한다. 물론 수탉이 있어 유정란이 나오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이웃과 마찰을 겪으면서까지 유정란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닭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 주변에서 이런저런 나무들 주워다가 얼기설기 만들었는데, 철망은 도저히 주울 데가 없어서 철물점에서 사 왔다. 


그리고 오일장에 가서 닭을 사 왔다. 제주 토종닭이라고 하는데, 일반 닭보다 조금 덩치가 작다고 한다. 

처음 낯선 곳에 온 녀석들은 조신했다. 밥을 뭘 줘야 하는지 몰라서 애들한테 쌀을 주라고 했는데.. 애들이 쌀은 본체만체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닭은 그냥 땅에서 걸어 다니는 녀석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낮엔 마당에 풀어놓고 지네 같은걸 잡아먹게 하고 밤엔 닭장에 넣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곧 몸이 풀린 녀석들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


정말 하늘을 난다....


.... 진짜다...


한 3미터 높이까진 날아오르고, 체공 시간도 3초 이상이다. 어지간한 담은 충분히 넘고, 동작도 잽싸다.. 녀석들은 날 피해서 도망치더니 급기야 옆집으로 날아가버렸다. 이 날 난 이 녀석들을 잡기 위해서 옆집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암튼 총 4마리의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게 지난여름 이야기다. 그런데 이 녀석들 틈만 나면 탈출을 감행했다. 닭장이 워낙 허술하기도 하거니와... 내 생각에 설마 이 녀석들이 이걸 뚫고 나올까 싶어서 느슨하게 해둔 부분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탈출을 했다 -_-;


그런데 재미난 건 이 녀석들이 밤이 되면 다시 닭장 근처로 와서 자고 있는 거다. 잠을 잘 때는 내가 다가가서 손으로 덮썩 잡아도 무방비로 잡히고 발버둥도 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낮마다 녀석들이 탈출하고, 밤이면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잡아서 닭장에 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닭을 키우면서 좋은 게.. 음식물 쓰레기를 애네가 다 먹어치운다는 거다. 시골에도 음식물 쓰레기 통이 있기는 한데 아무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봉투에 담아 버려봐야 동네 고양이들이 다 뜯어놔서 냄새만 고약해지고... 이웃들은 모두 농사를 지으시니 웬만한 건 그냥 밭에 묻어버린다고 한다. 우리 집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틈틈이 텃밭에 묻긴 했는데.. 점점 쌓여가는 양이 부담스러운 터였다. 파리도 많이 꼬이고, 음식물 묻을 때마다 삽질하기도 번거롭고....  그런데 요 닭들이 우리 4 식구가 먹고 남긴 잔반 정도는 모조리 먹어서 해치우는 거다. 애네들 사료보다 잔반을 더 좋아한다..;; 이게 참 좋았다. 


그런데 너무 방심한 걸까.. 시골엔 고양이도 있고, 살쾡이도 있고, 뭔가 알 수 없는 녀석들도 살고 있다는 걸 깜빡했다. 어느 날 닭장을 탈출한 닭들은 돌아오질 않았다. 가끔 어디선가 푸더덕하고 급하게 쫓기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막상 나가보면 닭은 없었다.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2마리가 돌아왔다. 

그런데 한 마리는 한쪽 눈이 없는 상태였다 ㅜㅜ.. 대체 뭐에 공격을 받았길래 ㅜㅜ..

그래도 돌아온 녀석들이 고마워서 애지중지 밥을 주면서 키웠다.


그런데.. 한쪽 눈이 없던 녀석이 금세 또 탈출했다........ 그리곤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한 마리... 이 녀석은 정말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지난 태풍 때 닭장이 무너질까 봐 아예 방으로 데리고 들어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태풍에 닭장이 무너졌고, 이 참에 새로 닭장일 짓기로 했다. 지난번 닭장은 처음 만들어 본거라 너무 허술하고, 비가 오면 빗물이 고여 천장이 무너질 것 같았기에 그 단점을 개선해서...

요렇게 지었다. 


그리고 혼자라 외로울까 봐 친구도 한 마리 더 사 왔다. 처음엔 경계하면서 부리로 쪼곤 하더니.. 하루 지나니까 평화롭게 잘 지내는 것 같다. 

이제 슬슬 달걀을 낳을 때가 되어가는데...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무 오래 글을 안적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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