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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Sep 09. 2023

특수학교 기피는 지역 주민의 이기심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분노하는 것을 보며 저는 오히려 이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타자화하여 비판 혹은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특수학급이 있는 세 개 학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급이 없지만 일반고에서 장애인 학생이 있는 경우도 학교에서 꽤 많이 보았습니다. 대부분 일반고로 학생을 보내는 경우, 장애 학생의 지적 능력이 경계선에 있는 경우, 그러니까 특수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경우에 학부모가 일반고에 있으면 자녀에게 조금 더 개발되는 부분이 있을까 하여 보냅니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특수교사가 없는 일반고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보내는 것은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부모님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시니까 일반고에 있으면 우리 아이에게 더 좋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학급 학생 수가 많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부족하며, 청소년기에는 조금 더 자주 화를 내거나 조금 더 예민한 호르몬의 영향까지 생각해 보았을 때 일반학교에서 지내는 자녀가 받을 스트레스는 부모가 상상하는 것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학급 친구들이 받을 스트레스도 물론입니다.


특수학급이 있는 경우, 특수교사가 있기도 하지만 일반 교과 교사들도 특수 학생에 대한 이해가 다른 일반학교보다 높고, 학교의 학생들도 장애에 대한 인식이 보다 높은 편이라 훨씬 나은 편입니다.


그러나 비장애인 학생의 부모들은 특수학급이 학교에 있는 것을 좋아할까요?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할까요? 그러면 장애 학생과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많이 민원을 넣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장애 학생, 특별히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우리 아이가 함께 지내면 우리 아이가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리고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 보면 실제로 그런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장애 학생이 없을 때보다 불편한 점이 많지요.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일들도 아주 가끔 일어납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도 학부모도 많이 양보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지 않더라도 내 자식에게 조금도 피해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 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는 기피 대상이 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접어두고, 실제로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우리는 자라면서 장애인을 그리 많이 보지 못 했습니다. 신체 부자유 장애인이 다니기에 매우 불편한 도로와 대중교통 시설과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장애인들은 잘 다닐 수가 없지요. 지적 장애인들이 공공장소에 있을 때 기피하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에서요. 다른 칸으로 많이들 옮겨 가시더라구요.


제가 장애인을 가장 많이 본 시기는 서울대 재학 시기입니다. 그러나 서울대의 낡은 시설, 전문가가 아니라 도우미 친구가 해 주는 필기 같은 것은 재학 시절에도 보면서 너무나 불편한 것이 아닌가 탄식이 나왔습니다. 국립대였던(지금은 이상한 지위에 있는) 서울대가 그 정도라면 다른 대학 시설은 더욱 나빴을 것입니다. 장애 학생이 대학을 다니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실제로 장애가 되는 것을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았거나 혹은 제거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사범대에 몇 개나 있었지?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왜 지역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할까요? 실제로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재산을 보유하고, 혹은 재산이 많아지길 기대하면서 집을 사는데 하나 있는 그 재산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여러분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것도 이렇게 살기 어려운 때에 말입니다.


문제 해결은 지역 주민들을 비난하는 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오르면 어느 지역의 주민이나 특수학교를 우리 지역에 만들어 달라고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장애인과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고,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마음이 되지 않으면 특수학교를 만드는 것은 언제까지고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특수학교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별도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지역 주민들 목소리만 가만히 들을 게 아니라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 학교를 혐오 시설로 만든 것은 우리 시민들 모두의 책임입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이 아닙니다.


이러한 의식 변화를 위해 공교육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일정 부분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 이해 교육은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하는 교육들이 대부분 ‘장애인을 천사처럼 착한 존재’로 다룬 잘못된 시청각 교육을 하는 데에 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체험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교육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우리 시민들이 장애인과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기꺼이, 혹은 기쁘게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좌석이 부족해도 모든 버스를 저상 버스로 만들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프리미엄 버스 따위 안 타도 우리는 국토가 좁아 우등으로 견딜 수 있으니 장애인을 위한 시외버스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전철에서 장애 아동이 중얼중얼 거리거나 소리를 질러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아야 합니다.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울시 또는 구 차원에서 특수학교 설치 지역에 지역 주민을 위한 별도의 혜택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혜택을 주거나 편의시설을 만들어 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요. 지역구에서 의식 전환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주민들을 위해 지원이 있으면, 혹은 실제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비난을 그만두고, 서울시에 해결방안 모색을 건의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 지역 주민이면 비난을 계속 받고 있는데 구태여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 공립 중학교 내에 장애인 직업학교를 만들려다가 지역 주민들이 반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애 학생 부모들도 무릎을 꿇었지만 중학교 부모들도 같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장애 학생 부모들도 무릎 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을 불쌍하게 보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도 당당한 권리를 정부에 요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지역 주민들을 비판하고 있는 노력으로 주변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의식 변화를 위해, 그리고 지자체 혹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거나 실질적인 정책을 요구하면 좋겠습니다. 헌법에 의하면 장애인들은 이러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2017년에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입니다.

조금 더 고민하고 후속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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