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엄마가 암이라고 했다. 어머니 친구가 같이 건강검진을 하자고 권해서 하셨는데 유방암과 갑상선암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었다고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와 눈동자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는 쌤들이 눈물을 흘렸다. 아... 위로를 할 줄 모르는 나는 그저 P의 손을 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P의 어머니는 다행히 치료를 잘 받으셨다. 의사들이 아주 초기라서 정밀 건강검진이 아니었으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텐데 건강검진을 잘 받으신 거라고, 치료가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P의 어머니는 잘 견뎌주셨다. 가족들도 어머니를 잘 돌봐드리는 것 같았다. P는 늘 어머니의 돌봄을 받다가 자신이 어머니를 돌보는 상황이 되니 생각도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졌다.
P의 어머니께서 퇴원을 하시고, 통원치료를 받게 되셨다. P는 어머니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고 요리를 열심히 했지만 일을 하면서 익숙지 않은 반찬을 여러 가지를 하기가 어려워 반찬 가게들을 찾고 있는데 맛있고 믿을 만한 반찬 가게가 별로 없다고 푸념하였다.
우리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P는 항상 내 반찬이 자극적이지도 않은데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했었다. P가 어머니께서 드실 반찬이 마땅치 않아 고민을 하고 있기에 엄마에게 종알종알 P의 어머니 일과 P가 엄마의 반찬을 칭찬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찍어냈다.
이틀 뒤에 엄마는 내 도시락 외에 반찬을 몇 가지 싸주셨다. P가 유난히 칭찬을 했던 우엉조림과 연근조림을 포함한 푸짐한 양의 반찬! 역시 우리 엄마는 손이 좀 큰 편이다.
"우엉이랑 연근이랑 다 국산이야~ 안 짜게 했어~ 음... 맛없어도, 안 짜게 먹어야 해!"
엄마는 P를 갖다 주라거나 하는 말을 붙이지 않으시고, 믿을만한 식재료라는 것, 짜지 않다는 것만 말씀해주셨다. P의 어머니께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정성도 넣었음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전날 간장을 달이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그것은 이미 알 수 있었다.
P의 어머니께서 엄마의 반찬을 몹시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몇 번 더 엄마는 정성스럽게, 그리고 짜지 않은 반찬들을 해서 무심한 듯 챙겨주셨다. P는 엄마가 너무 좋아하신다며 고마워했다. 반찬을 만들고, 나르고, 먹고... 음식이라는 것이 주는 따뜻함과 위로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들이 바리바리 반찬을 싸주는 이유가 밥을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 힘들었지? 괜찮아..." 같은 마음이 담긴 말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때론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밥 한 끼 차려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타지에 가면 그래서 그토록 엄마의 밥과 반찬이 그립다. 그래서 엄마들이 그렇게 밥 먹어라, 밥은 먹었냐... 하고 "밥, 밥!"을 외치셨는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각종 밥과 관련된 인사말들은 걱정과 안부, 따뜻함을 넣은 말들일 것이다.
마음은 형태가 없어서 여기저기 담을 수 있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손편지에, 이야기를 듣다 흘려주는 눈물에, 용기 내어 내뱉는 말에… 그리고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은 따뜻하고 흰 밥과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 반찬에도 담긴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만든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생각하며 감사해야지. 그리도 나도 엄마처럼 음식에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더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