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한 드라마를 보았다.
배우는 작품을 영리하게 선택했는데 연출가는 배우를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데뷔 20년을 맞았다는 배우의 연기는 어느 한 씬도 인상적이지가 않다.
여전히 아름답고 모두가 알고 있는 배우이고, 아마 높은 출연료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다. 배우로서 가져야 할 많은 것들을 타고났다. 그래서 항상 기대를 품고 보지만 대본 분석도 움직임도 감정의 전달도 연기 잘하는 학생의 것이지 프로의 것으로 느껴지지가 않아 아쉽다.
새로 시작한 예능을 보았다.
배역의 이름도 없이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역할을 가지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왜 저런 배우가 조연도 하지 못했지 하는 실력을 가진 이들도 있고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배우도 있다. 무대를 가지고 노는 배우도 있다.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무대에 섰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나온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자리가 갈지는 잘 모르겠다.
절실하다고 해서 어떤 역할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얼떨결에 교사가 되어 그것이 때로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작은 자리도 부담스러워 술을 매일 마시는 교사를 보았다.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학교에서 시키는 궂은일을 하나도 거절하지 못하는 교사도 있다.
혹은 반대로 그래서 별 일도 안 하고 그 작은 권력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다 옆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교사도 있다.
뭐든 척척 잘하는 40대 후반의 비정규직 교사도 있다.
50대 후반에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된 교사도 있다.
학력이 좋지 않아 수업은 잘해도 시간강사만 하는 교사도 있다.
어떤 학교는 서울대생이 아니면 계속 안 뽑고 어떤 학교는 서울대생만은 절대 안 뽑는다.
운이 좋아 가진 자리도 무게가 있다.
운이 나빠 자리를 가지지 못해도 경험이 쌓인다.
사회는 원래 불평등하다.
그러나 실력은 시간과 노력을 대체로 배신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평등하다.
자리와 상관없이 실력은 눈에 보인다는 뜻이다.
실력이 있으면 언젠가는 누군가는 알아보겠지만 버티는 것은 어렵다.
18년 정도의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배역을 잘 따내면 좋겠다. 꼭 여기에서 주연 자리를 얻지 못해도 잘 맞는 그런 역할들을 갖게 되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을 사람들이 꼭 좋은 자리를 갖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