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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Jul 21. 2022

우영우를 사랑하는 이유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별똥별 스위스 인도인 역삼역 우영우


1. 캐릭터, 캐릭터, 역시 캐릭터다.


반전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밤만 되면 스파이로 변신하는 일반 회사원, 대한민국 재계를 쥐락펴락하지만 폐쇄공포증으로 엘리베이터는 못 타는 재벌... 이런 캐릭터 설정은 드라마를 보기도 전에 ‘왜?’가 붙는다. 반전은 치트키다.


우영우가 흥미로운 이유도 다르지 않다. 자폐스펙트럼과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우영우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녔다.


법조문은 달달 외워도 회전문 통과는 못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사건은 척척 해결해도 병뚜껑은 못 딴다.

바로 이런 모습이 영우를 궁금하게 만들고 더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중요한 설정값이다.     


영우는 현실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게 영우가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유다.


열심히 변호하는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영우는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크고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이내 사건을 통해, 관계를 통해, 천재적인 자신의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여기서 시청자들이 얻는 건 쾌감이다. 연약해 보이는 존재가 사건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결국 승리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 영우는 그걸 선사한다.          


2. 쉬운 구성, 통쾌한 사건 해결


해결해야 하는 갈등이 한 회당 하나씩 제시된다. 그리고 금방 해소시킨다. 따라가기가 정말 쉽다.

비슷한 구성이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도 계속 보고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우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얻는 깨달음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1화에서는 과거의 집주인을 도우면서 오히려 집주인 할머니에게 위로를 받았고,

2화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사랑에 감명을 받았다. 3화에서는 자폐인 변호사로서의 어려움을 인정했고, 4화에서는 친구 가족을 도우며 다시 변호사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5화에서는 승소만을 위해 의뢰인의 거짓진술을 눈감았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다.


영우는 사건을 만나지만 사건 속에서 사람과 관계를 만나고, 거기서 또 자신을 만난다.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이 왜인지 감동스럽다.

이미 영우에게 완벽하게 이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3. '우리' 우영우의 주변 인물


영우와 관련 없는 인물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영우 아빠, 영우 친구 동그라미, 로스쿨 동기 최수연, 애정관계의 준호, 영우와 팀을 이루는 정명석과 권민우, 거기다 친모인 태수미 변호사까지.

모두 영우와 관계된 인물들이다.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주인공과 상관없이 움직이면 시청자의 시선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드라마는 끝까지 원톱 전개를 유지할 힘이 있다고 보인다.

모든 인물이 우영우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고, 우영우가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개연성

한 회차에 기승전결을 모두 담아야 하고 거기에 메시지까지 전달해야해서인지 사건이 급하게 마무리되 모든 인물이 착하다는, 조금은 판타지적인 지점이 있다.

하지만 쉬운 점에 비해 에피소드를 따라가기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큰 불편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현실과는 다르니까

영우는 종종 뜬금없는 고래 얘기로 사람들을 당황시킨다.

하지만 피곤하고 짜증이 날 만큼은 아니다.

영우는 돌려말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지는 않을 정도다.


이건 영우가 드라마 주인공이라서 그렇다. 드라마 주인공은 무조건 호감이거나 비호감이었더라도 호감으로 변해야 한다.

그래서 이건 현실과 다르다. 그 지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회차가 3화였다. ‘이건 현실이 아닙니다’고 간접적으로나마 메시지를 전했다.


드라마는 분명 허구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재현하는 또 다른 통로다. 왜 이렇게 현실과 다른 주인공을 만들었냐고 비판할 수도 있고,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드는 지점에 대해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그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안고 만들어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용기 있는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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