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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쥬쥬 Jan 06. 2020

내가 신부대기실을 포기한 이유

신부대기실 없이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하기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진 않지만, 결혼을 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결혼은 글쎄.... 라고 했던 과거에서부터, 결혼식 당일날에 이르기까지. 할 얘기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오늘은 얼마전 다음 메인에 공유된 하나의 기사와 관련해 나의 경험담을 나누려고 한다.


https://news.v.daum.net/v/20191227030935221?f=p (관련 기사는 여기)




나는 어릴 때 부터 결혼식에 대한 로망같은 것이 없었다. 그나마 하나 있던 희망사항이라면 소박한 야외결혼식이라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그것도 좀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고싶어서였지 환상적으로 예쁜 결혼식을 하고싶어서는 딱히 아니었다. 어쨌든 예상치 못하게 겨울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생각은 단숨에 접게 되었고, 지극히 평범한 실내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내가 굳이 야외 웨딩을 원했던 이유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야외 결혼식은 못했지만, 나는 결혼식 전 신부대기실이 아닌 웨딩홀 로비에서 우리 부모님과 함께 서서 하객을 맞이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나의 의도가 결코 신부대기실 제도를 비난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님을 앞서 말하고 싶다. 그냥 내가 하고 그렇게 하고 싶었을 뿐. 그뿐이었다. 그리고 위 기사처럼 뭐 대단한 여권의 신장을 드러내려는 것 또한 아니었다. '신부' 혼자가 주인공이 아닌 '우리'가 주인공인 결혼식이기를 바라는 마음 정도였다.



이유. 

내가 신부대기실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능동적인 신부이고 싶었다. 하객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인사를 나눌 수 없는 수동적인 기다림이 싫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내 성격도 한몫을 했다. 두 번째,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었다. 신부의 친구로서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아마도 나를 잘 모르실 친구의 부모님께 선뜻 인사드리는 게 어려웠다. 신랑처럼 나도 내 친구들을 부모님께 직접 소개하고 함께 인사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신부대기실 문 앞에서 슬쩍 보고 가실 부모님의 지인분들께도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과정.

다행히 나의 의견을 들은 남자 친구는 대 찬성이었다. 그러나 혹시 양가 부모님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실까 하는 우려에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우리 부모님이야 내가 설득하겠다 치더라도,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께 내가 무작정 고집을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혹여 신부가 조신해야 한다거나 먼저 남들 앞에 드러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양쪽 부모님 모두가 흔쾌히 찬성을 해주셨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나의 가족들이 지지해 주니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다.



한계 1. 드레스

무겁고 꽉 끼는 드레스에 높은 구두를 신고 밖에 서 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제일 지지해주었던 엄마마저 힘들지 않겠냐 내내 걱정이었다. 특히나 트레일이 길거나 풍성한 형태의 웨딩드레스의 특성상 혼자 이동하기가 어렵고, 계속 움직일 경우 드레스가 망가질 위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드레스를 고를 때부터 신부대기실을 사용하지 않음을 염두에 두었고, 최대한 끌리지 않고 나 혼자서도 이동이 가능한 드레스를 골랐다. 드레스에 그렇게 욕심이 없던 나도 막상 드레스를 입어보면서 한번뿐인 결혼식에 너무 심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당일날 드레스도 많이 예쁘다고 해주셔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뒷부분 레이스가 뒷굽에 걸려 살짝 찢어져서 수리비를 물긴 했다 ㅠㅠ)



한계 2. 사진

주변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말은 '사진은 어떻게 하려고?'였다. 식 전 신부대기실에 와서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신부와 친구들에게는 행사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그 과정을 포기한 셈인데, 워낙에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이기도 해서 가능했다. 신랑도 하객들과 일일이 사진 찍지 않으니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진작가님과 사전 세부사항을 논의할 때도 나는 모든 친구들과 사진 찍을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으니, 신랑과 나 둘 다 자유롭게 인사하는 것을 남겨달라고 요청드렸다. 너무 다행히 작가님도 너무 잘 한 결정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커플이 일 년에 한 번쯤(?) 있는데, 자연스럽게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고.


사진에 있어서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밖에 있다 보니 친척들이나 부모님의 친구분들까지도 계속해서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내 친구들이 뒷순위로 밀려나게 되다 보니... 친구들과 사진을 생각보다 더 많이 찍지 못했다(셀카도). 나도 부모님도 그 과정들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내 친구들만 생각했을 때는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스냅사진에 많은 장면들이 담겨있기를 바랄 뿐.



반응.

당일날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아마도 '왜 신부가 여기 나와있어?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였다. 특히 부모님의 지인분들이었다. 어른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생소하실 것임을 알기에 나는 '그냥 같이 인사드리려고요' 하고 웃어 보였는데, 평소 너무나도 보수적인(?) 우리 아빠가 '요즘엔 이렇게도 한다네요~' 하고 대답해주어 정말 감사하고 든든했다. 나보다도 아빠가 그렇게 얘기하니 어른들도 '아 그래? 재밌네. 특이하네' 하고 오히려 가벼이 넘겨주시는 느낌이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그렇게 놀라거나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친구 중 한 명이 따로 연락 와서 본인 결혼식 때 못 한 것을 대리 만족했다고 하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위 기사의 댓글에서처럼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예쁘게 봐주실 수 없음을 안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결혼식도 있구나 하는 생각 해주신다면 그 정도로 나는 너무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혹시나 나와 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고민이고 걱정이라면, 조금이나마 나의 경험이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결혼식에 욕심이 없었던 편이라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말인 즉, 포기해야 하는 게 그만큼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남의 시선 때문에 나의 결정을 포기하지는 말기를. 어떤 결정도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내 결혼식에서 만큼은 나의 결정이 정답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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