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녀의 파티

음악은 모든 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by 빠빠리

어느 해였던가. 부활절 휴가를 보내던 중, 이탈리아에서 이민온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을 찾았다. 집 안은 이미 온통 사람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친척과 친구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고, 그들의 뒷마당은 그야말로 작은 축제의 향연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 특유의 호탕한 제스처와 소란스러움이 공기를 진동시켰고,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노래가 흐르고 춤이 이어졌다.


고백하건대 나는 불행히도 음치에 몸치까지 겸비한 사람이라, 그 들뜬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 수가 없었다. 그저 얌전히 앉아 와인만 홀짝이며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친구의 아버지, 빌(Bill)이 다가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화는 자연스레 이탈리아 뮤지션들 이야기로 옮아갔다. 그는 카루소(Enrico Caruso),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보첼리(Andrea Bocelli) 같은 클래식과 오페라 가수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며 열변을 토했다. 내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그는 이탈리아 대중음악도 한번 들어보라며 집 안으로 들어가 몇 장의 레코드를 들고 나왔다


오디오에서 귀에 익은 리듬이 흘러나왔다. “Felicità(행복)”—이탈리아 국민가수라고 불리는 알 바노와 로미나 파워의 목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우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순간, 나도 오래된 기억 속으로 되돌아갔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 곱슬머리에 큰 안경을 쓴 한국 가수가 이 노래를 한국말로 번안해서 불렀는데 80년대 중반쯤인가 꽤 큰 히트를 쳤다. 텔레비전에서 이 곡이 나오면 가수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들의 열기에 못 이겨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면서 분위기 속으로 파고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노래가 뭐 대단한가. 나는 가수가 아니니 잘 부르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저 그 순간의 흥에 몸을 맡겼다. 기억나는 부분은 한국어 가사로, 잊어버린 부분은 내 멋대로 아무 말이나 붙여 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놀라움과 흥분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내게 환호한 이유는 아마도, 이방인이 자신들의 대중음악을 따라 부르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의 우리가 K-pop을 부르는 외국인에게 감동을 느끼는 것처럼.


나에게는 그들의 언어가 그들에겐 나의 언어가 생소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날의 파티는 음악이라는 같은 리듬을 타면서 행복(Felicità)으로 스며들던 밤이었다.


오늘의 BGM


알 바노 & 로미나 파워 (Al Bano & Romina Power)의 “Felicità(행복)”는 국내 가수 이용이 부른 "사랑, 행복, 그리고 이별"의 원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Uj-lfx6vbo


https://www.youtube.com/watch?v=tvyToIVwQeQ&list=RDtvyToIVwQeQ&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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