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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주영 Jun 09. 2022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농사일기 (9)

2022.05.26




그냥 그런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것도 안하면 안되는 날. 아무데도 가기 싫은데 아무데라도 가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져버릴것 같은 날. 그런날 더 깊게 생각하지말고 밭에 가기.







분명히 지난 번에 다 뽑았는데 또 자라있는 잡초들. 그래 차라리 짜잘한거보다 좀 자라있는게 뽑기도 쉽겠지. 땡볕에 밭일하는거 아니라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해야할 때 해야한다.







보통 잡초는 그냥 뽑기만 해도 뿌리가 햇볕에 노출되면 금방 마르기때문에 뽑은 그 자리에 놔둬도 되지만 나는 잡초를 싹 치워야 뽑은 느낌이 나서 뽑은 잡초는 밭 구석 한 귀퉁이에 모아둔다. 어머니는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거름도 되러고 작물 옆에 빙 둘러서 얹어놓기도 한다.






어느새 절반! 이때만해도 티도 안나고 이거 오늘 안에 할 수 있는건가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쯤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에게 하소연했다.



나도 좀 도와주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도와주라고!






그리고는 해가 산 뒤로 넘어가 그늘이 지기 시작하자 덥지 않아서 후다닥 할 수 있었다. 사실 잡초.. 뽑아도 되고 안뽑아도 되고 예초기 없이 이렇게 손으로 뽑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는 이유는 우리는 밭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고, 작물을 잘 키우지도 못하기에 잡초라도 뽑지 않으면 우리가 밭에 오는지 안오는지 다른 사람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고구마밭 잡초 뽑기. 옆 고랑과 차이가 한 눈에 확연히 보인다. 잡초 뽑은 날은 집에 와서 샤워하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앞에 잡초가 아른아른거릴 정도ㅎ


주말부터 어제까지 비가 와서 작물도 잘 자랐겠지만 잡초도 잘 자랐을 것이다. 내일 밭에 가 볼 수 있을런지, 시간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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