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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주영 Jul 28. 2022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농사일기 (16)

2022.07.15



농사짓는 것 만큼 힘든게 먹는 거라는 말, 진심이다. 작년에 고구마를 수확했을 때도 우리 식구로는 다 해결할 수 없어 여기저기 나누어주었는데, 나눠주기 위해 연락을 하고 시간을 잡고 집 앞까지 가고 하는 과정들이 쉽지는 않았다. 물론 나눠주는 기쁨도 컸지만 아마 취미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최근 온라인으로 입시 컨설팅을 하는지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가지로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나는 소위 똥손으로 요리는 정말 자신이 없지만, 꼭 해먹고 싶었던 가지 요리가 있어서 도전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필리핀 유튜버 '세부부부'를 보고 또땅딸롱이라는 가지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우리의 친구 네이버를 검색해보았지만 도저히 내가 할 수 없는 요리 같았다. 그래서 요알못인 나는 감으로! 하기로 했는데, 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과정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 가지요리 만들기 >


1. 가지를 후라이팬 또는 불에 직접 그을려서 껍질을 벗겨준다. (이미 여기서부터 실패)

2. 가지를 돈까스 망치로 두들겨서 얇게 펴준다. (여기서 두번째 실패)

3. 계란을 풀고 여러가지 야채들을 썰어 섞어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여기서 세번째 실패, 야채가 없어 양파와 닭가슴살을 넣었다.)

4. 가지를 후라이팬에 올리고 계란물을 올려 구워준다. (뒤집다가 실패)





후라이팬에 비해 가지가 커서 잘 굽지 못한게 문제였을까?

돈까스 망치가 없어 가지를 대충 펴준게 문제였을까?

야채가 없어서 양파와 닭가슴살을 넣은게 문제였을까?

양파와 닭가슴살을 너무 크게 썰은게 문제였을까?

제대로 뒤집지 못해 에그스크럼블처럼 된게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지 모르겠으나 어찌어찌 접시에 담을 수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지와 양파, 닭가슴살, 계란이 들어갔으니 맛이 없을 수 없겠지만 보기보다 맛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을까? 를 생각하는 것 만큼 시간낭비인 일이 없는 것 같다. 알면서도 잘 안되지만, 

요리하기 싫은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먹고 싶었던 가지요리를 시도했다는 것에 내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보기보다 맛있어서 행복했던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요리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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