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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윤아 Nov 13. 2023

내 마음의 19호실

이란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책을 다시 읽었다. 2019년에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소개되었던 책이다. 단편집이라 짧은 이야기부터 호흡이 긴 이야기까지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중 책 제목이 된 ‘19호실로 가다’라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왜 작가는 지성의 실패라는 말로 책을 시작했을까.


“한 부부가 있는데요. 완벽한 부부예요. 남들이 보기에도 부족함 없고, 자신들도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다복하고 화목한 가정. 근데 아내가 어느 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해요. 그래서 남편이 2층에 아내의 방을 만들어줘요. 어머니의 방이라고 이름 붙여서.


근데 어느새 그 방에도 아이들이 드나들게 되고 가족들도 출입하면서 그 방 역시 또 하나의 거실이 되어버려요. 그래서 그 아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싸구려 호텔에 가족들 몰래 방을 하나 구해요. 그리고 가끔 몇 시간씩 그 방에 혼자 머물러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면서...”​


여기까지가 드라마에서 소개된 줄거리다. 완벽한 부부였지만 남편의 바람은 아내를 방황하게 하고, 결국 아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처음에는 그냥 우울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처음 읽을 때와 달리 인간의 외로움과 결혼, 혼자만의 공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인간의 외로움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에 지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오롯이 외로움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 될까.  


결혼을 한다는 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니까, 타인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 남자 주인공은 좋은 이야기라고 하고 여자 주인공은 슬픈 이야기라고 한다. 이처럼 책은 읽는 이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리고 읽은 사람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서도 다르게 읽힌다.


처음에는 19호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만 생각했으나, 슬픈 이야기라는 여자 주인공의 말을 더 공감하게 됐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19호실을 가지고 살고 있다.


나의 19호실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공간과 힘들 때마다 찾는 두물머리와 율동 공원 드라이브 길 정도? 글쓰기가 내 대나무 숲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비밀 공간에 이야기가 쌓여간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내면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의미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이야기를 꺼내 봤을 때 내가 더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수전처럼 호텔을 아지트로 삼을 수는 없지만 내게는 두 발로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갑자기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걸



이 글은 내 마음의 19호실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다.

다 말하고 나면 나는 감정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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