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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윤아 Nov 10. 2023

술 잘 드세요?

“술 잘 드세요?”


흥이 많은 민족인 우리나라는 음주 가무에 진심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묻는 공식 질문으로 주량을 빼놓을 수 없다. 잘 먹는다고 말하면 다음에 한잔하자는 인사는 옵션으로 따라온다. 이렇듯 술자리는 많은 말을 담고 있으며, 술 한 잔으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우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나는 술자리에서 먼저 쓰러져 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예전의 나는 회사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으로 전설처럼 남아 있다. 늘 마지막까지 남아 뒤처리(?)를 하거나, 2차, 3차에 해장술까지 마무리를 하고 다음 일찍 출근을 한 덕에 직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나도 20대에는 맥주 한두 잔을 홀짝거리며 마시는 수준이었다. 그때는 술맛도 몰랐고 술을 많이 마실 일도 없었다. 하지만 30살이 되고 처음으로 소주가 달다는 것을 느꼈다.

인생이 쓰면 술이 달다고 했던가.


그때의 내 삶은 잦은 독박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고 회사에서는 대리로 승진을 해서 일이 많을 때였다. 그렇게 고된 날 중의 어느 날, 동료들과 야근 후에 간단히 저녁을 먹던 자리였나 보다.


소주 한 잔을 마셨는데,


어라? 이게 왜 달지?


그런데 그 소주를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부모님의 유전자를 확실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을.


술을 잘 마신다는 걸 알게 된 상사는 술자리에 나를 대동하고 다니시기 시작했다. 그때는 은행, 카드사에서 접대를 받는 일이 꽤 있었는데 그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나는 필참자가 되었다. 그리고 타부서와 회식자리에도 종종 불려 나갔다. 타부서 아이들을 모두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층 커피숍에서 커피로 해장을 한다. 그 모습을 목격한 직원들에게 나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웃픈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옛일이 되어버린 일이다. 그마저도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회식을 아예 하지 않으니 더더 아련한 기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10시만 돼도 슬슬 졸려서 눈이 감기니 말이다.


가끔은 동료들과 잔을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농담에 웃고 다음날 기억하지도 못할 진지한 이야기를 하던 그때가 그립다.

 

우리 술 한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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