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맞는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균을 투입시켜 균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역할이라는 것을 몇 년 전에 알았다.
예방접종이란 전염성 질환 발생의 예방을 위하여 미생물의 병원성을 죽이거나 약하게 하여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이다.
'그 말이 그 말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같을까? 나를 나쁜 균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그 균을 투입해야 하는 행위. 균을 받아들인 내 몸은 균으로부터 나를 지키지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다. 균에게서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항체를 생성하고, 균이 들어와도 놀라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게 균으로부터 스며들면 예방이 끝난다.
하지만 감정은 다른가 보다. 예방주사가 통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일이고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상황을 마주하면 마치 처음 겪어본 일처럼 무너지고 만다. 내 나이 41살. 나이 든 분들에 비하면 아직 아기인 나이지만, 내 인생에서는 가장 숙성된 시기를 살고 있다. 평탄하지 않은 길을 걸으며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경험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아프고 힘들었다고 무뎌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괜찮아질까?
가끔 단단하다고 믿었던 내면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음 스텝을 밟지 못할 것 같은데,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가 맞는지, 해결을 할 수 있는 문제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모순 덩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