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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윤아 Nov 24. 2023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3일 만에 드라마 '미생' 다시 보기를 끝냈다. 글을 쓰면서 미생의 한 장면을 찾아봤다가, 그대로 꽂혀서 20화 다시 보기를 시작했다. 1.25배속으로 보긴 했지만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아직도 나는 듯하다. (징글징글) 지금 나는 OTT서비스의 노예다.

드라마가 방송된 2014년, 내 나이 32살. 입사 9년 차, 과장 3년 차, 팀장이 되기 1년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회사 생활은 너무나 즐거워서 미생에서 이야기했던 에피소드가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저들의 동지애가 부러웠고, 나와는 다른 직군의 무역회사가 신선하게 다가왔을 뿐. 내 회사 생활의 고난이 2015년 3월부터 시작됐으니, 그전까지 나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직장인의 정치, 인격모독 등과 같은 험한 일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였다.

지금 다시 본 미생은 느낌이 다르다. 2014년 드라마를 볼 때와는 내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2015년부터 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윗사람의 역할, 상사의 자질, 연차에 맞는 직장인의 역할, 직책에 대한 책임...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는 원래 그런 곳이었다. 부조리함을 견디느냐, 맞서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  

믿고 따르던 직속 상사가 회사를 떠나면서 알았다. 자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약속이 깨진 것이고 조직에 균열이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팀장으로 팀을 꾸리면서 내 모든 선택이 팀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함께 흔들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나는 어른이 될까. 지금도 나는 그 선택의 연속에서 중심을 잡고 하루하루를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정답은 몰라도 내가 택한 것들이 해답이라고 믿으며!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

<마지막 회 장그래 독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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