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윤아 Nov 23. 2023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나는 이 초상화를 참 좋아한다. 회사 포상휴가로 다녀온 프라하에서,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에 까를교를 걷다 즉흥적으로 선택한 초상화다. 그림은 소듕히 모셔와 내 방에 붙였고, 2017년이니 벌써 5년이 지났다. 이 초상화는 그냥 초상화가 아니다. 난 프라하에서의 추억을 데려온 것이다.

그 화가는 알까? 본인이 그린 그림이 한국의 어느 도시에 사는 여자 집에 보물처럼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두고두고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는 것을, 초상화를 그리길 잘했다고 안도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화가가 참 매력 있는 직업이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무뚝뚝한 표정을 한 나에게 연신 “스마일”이라고 외치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던 화가의 얼굴과 어색하게 웃던 나를. 그림을 그릴 때는 집중하고, 나에게 말할 때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그의 얼굴에서 행복함을 봤다.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리고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값진 재능이다. 그림에 재능이 1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정말 부러운 재능이기도 하다.

아이가 그림으로 진로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리고 만드는 걸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 미술시간이 제일 신나고, 그림을 그릴 때면 눈이 반짝반짝, 몇 시간을 자리에 앉아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아이다.

우리는 직업을 선택할 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잘하는 일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잘한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없겠지?

방문에 붙여진 초상화를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일을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재능에 감사했다. 물론 밥벌이와 연관 지었을 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박한 인생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아이의 꿈을 지지해 주고 싶다. 초상화를 그려줬던 까를교의 길거리 화가처럼, 분명 행복할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기념일에 대한 짧은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