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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윤아 Nov 22. 2023

기념일에 대한 짧은 단상

난 기념일에 무심한 사람이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그냥 1년 365일 중 하루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야지, 그 하루가 특별한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그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아니면서 말아다. 사실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 어릴 적에는 기념일을 모르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커서는 기념일을 챙기고 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여유가 생겼을 때는 그냥 난 기념일에 무심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빠가 결혼기념일만 매년 챙겼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도 ㅎㅎ)

성인이 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인생에서 기념일이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난 13년 동안 결혼기념일을 단 한 번도 챙기지 않았고, 한 번도 그게 서운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도 내 성향이 반, 기대감이 전혀 없는 마음이 반이지 않았을까. 그러는 사이 내 나이 40살 가까이, 아이의 생일 외에 365일이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가 되어 버렸다.

사소한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을 만났다.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관심이 어느덧 스며들어 오늘이면 지나가는 단 하루가 소중해졌다. 생일도, 기념일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이벤트로 채우고 싶어졌다. 그게 아이의 기억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서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기에 우린 내일을 더 소중하게 채울 수 있다.

이래서 인생에서 누굴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나 보다. 옆 사람이 주는 온기와 영향은 살아온 근본을 흔들 만큼 영향이 크다.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부정적인 기운이 스며들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신나게 떠들면 그 스포츠 소식이 들리면 귀가 쫑긋해지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술 마실 기회가 많아진다. 만난 기간에 상관없이 스며드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

내 삶을 갉아먹는 사람에게
내 곁을 내어주지 말라

어느 책에서 본 문구다.

나에게 소중한 오늘을 기념하며!

기념일에 대한 짧은 단상.





#기념일 #에세이 #생각 #감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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