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엄마도감》을 읽었다. 시냇가는 그림책 읽는 엄마(그엄마)들에게 각자의 엄마도감을 적어보라며 빈 종이를 주었다. 하얀 스케치북 위로 각자의 엄마가 그려졌다. 멋쟁이 엄마, 화투를 던지는 엄마, 보물 같은 엄마, 마법사, 우길동 여사, 아낌없이 주는 엄마... 리코타치즈를 좋아하는 엄마는 외출과 수다를 좋아하지만 늘 집에 있다. 심심하고 외로워 보이는 엄마. 딸밖에 모르는 또 다른 엄마는 본인의 아픈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늘 딸의 외로움을 걱정한다.
엄마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딸. 딸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엄마. 쌍둥이 아이들의 하루를 바쁘게 쫓는 나를 보면서 우리 엄마는 걱정한다. 애들이 다 크고 떠나면 넌 어쩌냐고. 우리 엄마는 딸의 외로움을 미리 염려한다.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 처음 경험하는 학교생활에 적응 중이던 1학기 어느 날. 딸아이의 가방에서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인지치료 시간에 감정표현을 배우며 그날의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던 무렵이었다. 학교에서 나의 기분을 알 수 있는 책. 연습장을 접고 오려 만든 작은 책에는 단 하나의 기분이 적혀 있었다. '위로움'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없던 아이는 홀로 쉬는 시간을 견디며 그 책을 만들었을 거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선 아이의 외로움을 마주한 나는 가슴이 쿵.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영영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내 엄마가 나의 외로움을 걱정했듯, 나도 내 아이의 외로움을 걱정했다. 아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2학기가 되고 생일을 지낸 아이는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내가 이만큼 컸다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아이의 가방에선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놀이하며 그린 그림이 나왔다. 얼마 전, 아이는 이런 책을 만들어 왔다. '혼자 할 수 있는 놀이' 딱지치기, 줄넘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컵 쌓기, 클래이 놀이, 종이접기.
그엄마들과 함께한 시냇가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친다. '사람은 외로울 줄 알아야 해요.' 아하! 그래.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지만,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종이 한가득 적어내는 내 아이는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서도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대단한 아이다. 엄마인 나보다도 더 단단한 사람. 오늘도 아이를 통해 하나 배웠다. 사람은 때로 나를 위로하는 외로움이 필요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