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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May 16. 2024

늘 그곳에 있을게

권윤덕, 《시리동동 거미동동》

정말 운이 좋은 날엔 엄마가 왔다.

어떤 날은 색칠 놀이 공책과 크레파스를 사 왔다.

나는 크레파스가 처음이었다.

공책에는 페이지마다 누군지 모를 예쁜 공주가 그려져 있었다.

어떻게 색칠해야 할지 망설이던 내게 엄마는 백설 공주를 색칠해 보였다.

삐져나온 곳 없이 말끔한 엄마의 백설 공주는 예뻤다.

그 백설 공주보다 더 잘 색칠할 자신이 없었다.

다른 그림에 손도 대지 않았다.
 .

대신,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면 색칠 공책을 펼쳐 백설 공주를 찾았다.

백설 공주가 엄마를 닮은 것 같다.

할머니 서랍장 가장 높은 선반에 엄마 아빠의 사진이 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면 서랍장을 딛고 올라 그 사진을 꺼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엄마는 공주가 틀림없다.

연필을 들고 벽에 그림을 그려본다.

기다란 드레스를 입은 공주. 마당에서도 잘 보인다.

이곳저곳 공주 그림을 그려놓으니, 엄마가 곁에 있는 것만 같다.

.

"엄마!"
아이들이 나를 불렀다.

아이들은 늘 별일 없이 엄마를 부른다.
 "엄마!"
나도 큰 소리로 엄마를 불러본다. 아이들처럼 별일 없이.

를 바라보는 엄마의 웃음이 꽃처럼 눈부시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사랑이 날리고 있었다.

.

이런 내용의 동화(?동화라고 써봤지만 처음인지라 동화라 말하기 부끄럽다)를 얼마 전에 썼다.

어린 시절의 조각 속에 벽마다 면사포를 쓴 공주를 그린 아이의 속마음이 있었다.

엄마를 부를 일 없던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별일없이 엄마를 부를 수 있는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잘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부를 때, 답할 수 있는 거리에 늘 존재해야지...

그게 내게도 행복이겠지...

나는 '엄마'니까.

.

"깊고 깊은 건 엄마의 마음"

별일없이 나를 부르는 두 아이가 자란만큼, 나는 그만큼은 깊어졌을까?

바다위에 둥둥 뜬 분홍빛 태왁으로 서로를 찾는 엄마와 아이의 사랑에 가슴이 먹먹하다.

.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분홍빛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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