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전생애를 볼 수있는 곳, 박수근 미술관
"(...)내가 그의 유작전을 처음 본 게 60년대 말이었는지 70년대 초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근래의 전시회에 비해 상당히 썰렁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값이 비싸다는 것을 그때 거기서 처음 알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놀라움이 지나쳐 억울하고 분해서 가슴이 아릴 지경이었다.
50년대 초, 한때 그와 한 일터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그가 얼마나 신산스럽고 굴욕적인 환경에서 싸구려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나를 보아왔고, 죽는 날까지도 그림으로 호강 한번 못해보고 그저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온 게 고작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후에 오른 그림값이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아 억울했던 것이다.
나의 속물근성으로는 사후의 영광보다 생전에 명성도 좀 누리고 경제적 풍요도 좀 즐기지 못한 게 아쉽고 분해서 정작 그림은 안중에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