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릴레이 북토크를 합니다.
올해 나는 가장 가까웠던 두 생명을 잃었다. 봄엔 반려견 미나를, 가을엔 부친을. 미나의 죽음이 내게 ‘이별 포비아’를 남겼다면 부친의 죽음은 그에 더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남겼다.
부친은 늘 말씀하셨다. “나 죽으면 봉안당에 넣지 말고 경치 좋은 곳에 뿌려달라고” 유골을 뿌리는 건 불법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친의 마지막 소원이니 들어줘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선 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았다. 그런데, 풍경이 아름다운 곳엔 사람이 많았고 (11월 초이니 단풍철) 그 많은 눈을 피할 방법은 묘연했다. 일가친척들의 여러 의견이 나왔다. 우선 드론을 띄워 뿌리자는 의견, 하지만 그 아래에서 유골을 맞는 사람은 무슨 죄. 게다가 검은 경량 패딩 입은 사람이 많은데 검은 패딩에 하얀 가루를 뿌리는 것은 교통경찰 앞에서 신호 위반하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철컹철컹 백 퍼센트.
두 번째는 유골을 여러 개로 나눠 각자 들고 슬쩍 버리자는 의견. 하지만 이건 부친이 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아마 부친은 우리가 흰 장갑을 끼고 부친의 유골을 바람에 날리며 “아빠 잘 가”하며 눈물을 또르르 흘리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부친의 유골을 쓰레기 투기하듯 몰래 버려야 한다니 이것도 안 될 일. 결론은 유골은 추모 공원에 묻고 대신 부친이 평소에 좋아했던 선운사 도솔암에 위패를 모시고 49재를 지내기로 했다. (경치로 따지자면 선운사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가을 선운사는 다채로운 색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해리포터 마법의 빗자루에 밥 로스의 물감을 잔뜩 묻혀 온 산에 뿌린 것 같았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몇 차례 선운사에 내려갔는데, 선운사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많아도 고요했다. 아무리 소란스러운 소리도 어쩐지 선운사의 고요함에 묻히고 말았다. 어쩌면 그때, 깊게 가라앉은 내 마음이 소란함을 밀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월요일에 그의 49재가 있었다. 49재(=천도재)를 지내면 지상에 머물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가 살아내느라 힘들었을 모든 시간을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천상 세계로 훌쩍 올라가기를. 난 두 손을 꼭 모았다. 돌아오는 길에 노을은 얼마나 진하게 붉던지, 디오니소스가 서쪽 하늘에 포도주를 왕창 쏟아버린 것 같았다. 하늘만 봐도 취하는 기분이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나는 올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미술관 여행’ 연재를 끝냈고(오마이 뉴스와 동시에 연재했고 내년 초에 책으로 나온답니다) 소설 ‘소풍을 빌려드립니다’를 출간했다. 대한민국 미술관 여행으로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상을 받았고, 소설은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으니, 나로서는 둘 다 보람이 있었던 셈이다.
내년을 겨냥해 현재 두 번째 장편 소설을 퇴고하고 있고, 또 하나의 단행본을 의뢰받아 작업에 착수했다. 두 개의 작품을 완성하다 보면 내년도 다 지나가겠지. 지금까지의 나라면, 분명 여기에 시나리오나 미니시리즈를 구상하고 초고를 썼을 테지만, 내년부터는 그렇게 일만 하지 않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2019년 이래 나는 ‘미술’이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을 주제로 여러 기관에서 강연해 왔는데,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어 제작사에 들어가고부터는 강연 제의가 들어와도 고사했다. 드라마와 소설을 동시에 쓰고 있었기에 다른 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하고 싶어도 섭외가 다 끊어졌다. 지난날 나의 성급했던 불찰을 반성하며 내년엔 섭외가 오면 무조건 해야지 결심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하나는 양평에 있는 서점 ‘책방서유’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브런치다.
브런치 작가인 아호파파님은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해 온라인 릴레이 북토크를 연다. 함께 할 작가님은 브런치 스타이신 소위 김하진 작가님, 과학 분야 베셀을 달리고 계신 배대웅 작가님, 그리고 아직 이별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는 나. 우리 셋은 올해 책을 출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토크는 1월 6일부터 시작해 3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온라인(줌)으로 하고, 나는 1월 13일에 참여한다.
고백하자면, 난 브런치에 글을 안 쓴 지 한참 되었고, 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교류도 거의 없다. 저녁밥을 차리다가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때마침 머리가 한쪽으로 눌려 안테나 모양을 한 아들이(취준생) 밥 냄새를 맡고 방에서 나왔다. 난 우뚝 솟은 안테나를 보며 한껏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온라인 북토크에 한 명도 안 오면 어쩌지?”
“만 원 주면 내가 들어갈게”
“연말엔 다들 봉사라는 것도 한단다”
“열정 페이로 일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건 어머님이십니다. 그럼, 수고!”
말이 끝나자마자 아들은 곱게 말아놓은 계란말이를 킹콩 같은 손으로 덥석 집어 먹더니 안테나를 흔들며 화장실로 사라졌다. 내 주먹은…… 매일 운다.
솔직히 많은 사람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몇 분이라도 관심을 두신다면 그분들께 재밌고 유익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물론 소설에 관한 이야기도 할 테지만,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나는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어 제작사에 들어가 드라마 작업도 해봤고 영화사에 뽑혀 시나리오 작업도 했다. (미니시리즈 여섯 편에 시나리오 두 편, 제작된 건 하나도 없음) 지금 논의 중인 시나리오가 한 편 있긴 하지만 하도 많이 까여서 크게 기대하고 있진 않다
오페라를 써서(대본=작사) 세종문화회관과 전국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했고(올해는 부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오마이 뉴스에 기사를 써서 시민기자 대상도 두 번 받았다. 미술, 클래식, 에세이까지 다양한 책을 썼고 이번엔 소설을 썼다. 드라마는 어떻게 쓰는지, 시나리오와 오페라는 어떻게 쓰는지, 오마이뉴스 기사는 또 어떻게 쓰는지, 모두 공개할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신청하시길.
https://www.ahopapa.com/booktalk04
2025년이 3일 남았다. 연말이라고 해도 들뜬 마음도 바쁜 일정도 없이 매일 일정량의 글을 읽고 일정량의 글을 쓰며 조용히 보내고 있다. 이 조용함이 무탈하다는 증거임을 알기에 아무런 아쉬움이나 외로움 없이 자알. 그런데 문득문득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그리움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2025년에 작별을 고하며 미나도 굿바이, 사랑하는 부친도 굿 굿바이(Good Goodbye).
추신: 1년 동안 응원해 주시고 소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