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기록, 흐려지는 기억
연극in에 처음 글을 보냈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이제 막 연극이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었다.
그때의 나는 무대 위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무대 밖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어디엔가 내 이야기를 놓아두고 싶었다.
그렇게 꺼내놓은 이야기가 연극in이라는 웹진에 처음 실렸다.
그때의 떨림이 아직도 선명하다.
두 번째로 실린 글은 내 일상에 대한 것이었다.
연극 무대를 벗어나 나의 평범한 일상과 반려견에 대해 조용히 들여다보는 글이었다.
연극in은 내게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가만히 잇는 연결점이었다.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내 존재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자리였다.
또한 내 작품에 대한 소중한 리뷰를 남겨준 공간이었으며, 나 역시 다른 연극인의 공연에 진심을 담아 꽃점을 남기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했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웹진이 폐간된다고 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마냥 아쉽기보다는 궁금했다.
"왜" 폐간되어야 하는가?
연극in은 단순히 글을 싣는 웹진이 아니라 연극계 전체가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공의 자산이다. 많은 연극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면서 함께 만들어낸 공유 자산이다.
무대가 끝나면 허물어지는 세트처럼, 연극인의 삶도 종종 공연의 끝과 함께 조용히 지워지곤 한다.
연극in은 그런 연극인의 삶과 고민, 고통과 희망을 기록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이자, 연극계의 역사와 맥락을 담아내고 공유하는 중요한 공적 아카이브였다.
나의 작품과 프로젝트, 그리고 내 동료 연극인들의 작품이 남겨진 곳이었다.
연극인들의 이야기는 때때로 세상의 이면을 드러내고, 보이지 않는 균열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연극인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웹진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공공성마저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연극in의 폐간이 단지 몇 사람의 결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공적 자산의 가치를 누가 임의로 판단하고 어떤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며, 누구의 허락 없이 그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가.
사회가 공공의 자산을 쉽게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리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폐간은 비단 연극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품고 있는 문화적 가치와 공적 기록에 대한 인식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연극in의 폐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의 목소리를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져간다면, 우리는 어디에 우리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서로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듣고 공감하며,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함께 지켜낼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이 소중한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이 공간의 부재가 연극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공백과 상실을 가져올지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지금 한 발 떨어져 연극인도, 완전한 관객도 아닌 경계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in의 폐간에 의견을 남기는 이유는 이 공간이 연극인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또 다른 형태를 기대하기보다 지금 이 소중한 공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계속 여기에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