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앉은 자리

by 새벽의맑음

바람이 앉은 자리


네가 떠난 뒤에도

햇빛은 같은 자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 자리엔

네가 남몰래 핥던 바람이

아직 앉아 있었다


어쩌면 그 바람에

너의 숨이 묻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아채기 전,

조용히 내 뺨을 스치던 온기


나는 그 바람을

손바닥에 담았다가

조용히 놓았다

잡히지 않는 것들은

그저 잡히지 않는 채로 두기로 했다


멀어지는 발자국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

발자국 사이 남은 빈 곳에

내 하루를 놓아두었다


하루가 접히고

또 펼쳐질 때마다

이젠 네가 없는

빈 자리에 앉는다


그곳에서 부는 바람이

네 눈빛을 데리고 와

내 눈 속에 놓아둔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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