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뒤에도
햇빛은 같은 자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 자리엔
네가 남몰래 핥던 바람이
아직 앉아 있었다
어쩌면 그 바람에
너의 숨이 묻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아채기 전,
조용히 내 뺨을 스치던 온기
나는 그 바람을
손바닥에 담았다가
조용히 놓았다
잡히지 않는 것들은
그저 잡히지 않는 채로 두기로 했다
멀어지는 발자국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그 대신
발자국 사이 남은 빈 곳에
내 하루를 놓아두었다
하루가 접히고
또 펼쳐질 때마다
이젠 네가 없는
빈 자리에 앉는다
그곳에서 부는 바람이
네 눈빛을 데리고 와
내 눈 속에 놓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