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느리지 않았다
풍속 너른 물결 위에
고립된 섬 하나,
모서리마다 깎여 나가
흙빛이 서서히 물속에 스며든다
흩어진 결을
또 다른 파도가 모아
낯선 퇴적층으로 겹겹이 쌓는다
시간은 멈춘 듯 흐르고
몸은 흐르는 듯 멈춰 선다
조용한 들숨과 날숨이
섬의 그림자를 따라 번진다
거울 속 모습은
정체된 시간이 빚은 초상일까
오늘도 바람은 불고
파도는 제 길을 간다
섬의 속도에 몸을 기대다,
물속 깊은 곳에서
나즈막한 숨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