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언제나 같은 쪽만 기억했다
그 반대편에서 나는
나를 잊은 손길의 모양을 더듬었다
햇볕이 머문 꽃을 바라볼 때마다
내 안에서 서늘한 꽃술이 고개를 들었다
향기는 달콤함을 잃고
오래 묵힌 바람처럼 쓸쓸해졌다
나는 스스로를 향해 핀 꽃이었고,
내 그림자는 나를 먼저 알아보았다
아무도 꺾지 않는 꽃은
결국 제 어둠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일까
햇살에 번지는 꽃을 바라보며
꽃잎 끝은 서서히
시퍼렇게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