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위의 걸음

by 새벽의맑음

외줄 위의 걸음


하루는 자꾸 접힌다


구겨진 메모처럼

지갑 속 오래된 영수증처럼

몇 번이고 꺾인 주름 위에

나는 오늘을 얹는다


접힌 자리는 금세 굳고

펼칠 때마다

삶은 조금씩 작아진다


누군가

멀리 보라 했고

나는 그 말에

발끝을 넘겨 걷는 법만 익혔다


아래를 보는 일은

심장이 아파 그만두었다

지도가 없는 하루엔

방향보다 버티는 쪽이 먼저였다


외줄은 길다

그 위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 있다

다들 떨어질 틈이 없었다


도착지는 없다

누군가 기다린다 해도

그곳은 늘 어긋난다


삶은

도착이라는 말을 닮지 않았다


나는 접힌 하루의 가장자리에서

끝나지 않는 쪽으로 걸었다


살짝 흔들리는 마음을

딱 그만큼만

무너지지 않도록

껴안은 채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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