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선

by 새벽의맑음

<순환선>


덜컹

무겁게 문이 닫히고

빛은 유리창을 스치며

옆을 지나친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유리에 비친 얼굴을 바라본다.

그 표정은 마치

다른 시간에서 온 사람 같다


밖은 흐르고,

안은 흔들린다


창은 늘

그 경계를 가르고 선다


누군가는 뛰어오르고

누군가는

부러 걸음을 늦춘다


손잡이는 흔들리고

좌석 위엔

잔잔한 숨들이 쌓인다.


나는 본다

창 밖의 불빛이

한 사람의 눈동자를 스치고

사라지는 것을


이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지나고

다시 지난다


창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씩 희미해진다


창 너머로 아주 잠깐

빛이 스며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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