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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치열하지 않으면 도태되는가

by Julia Kim

오늘도 어쩌다 보니 멘토링하던 수강생 1명을 울렸다. 내가 뭘 어찌해서 울린 것은 아니고, 취업난이 계속되니 계획하던 커리어 패스도, 삶의 방향성도, 흥미까지도 잃어버린 것 같아 울적하여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무렴.. 나도 알지, 공감한다.

삶은 원래 지옥이다. 누구나 이 지옥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위로만 떠올랐다.


MD와 마케터를 지망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커리어 지도를 한지 어언 2년이 지나간다. 취업시장의 문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요구하는 역량은 더 많아졌다. 이런 각박한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취업에 도움이 되고자 성심을 다해 지도하지만 이런 날은 나도 무척 힘들다. 해도 해도 너무 한 직무가 MD이기 때문에.


MD의 약자를 우스갯소리로 '뭐든지 다한다'의 약자라고 칭한다. 당시에는 황당하지만 공감도 되고 '맞다~ 우리 일이 그런 거지~' 웃으며 넘어갔지만 이제는 무리다.



요즈음 우리가 원하는 인재는 이러하다. 미디어 채널에 익숙한 + 제2외국어 회화가 능숙한 +능동적인+ 데이터에 눈이 밝은 + 콘텐츠 친화적인 + 어떠한 문제가 닥쳐도 lean 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추진력 있게 + 실행하는+ 그러면서도 행동과 태도가 예의 바른...... 사람.


성실하게 11년을 다닌 학교에서는 무조건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교과서에 충실하라더니. 대학 졸업하니 완전 반대를 이야기하지 않는가? 완전 뒤통수 맞은 기분. 게다가 나는 시사, 경제 흐름에 관심 갖고 공부하라면서 동시에 밖에 나가서 더 많이 놀라고, 연애도 많이 하라고. 혼란을 부추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맞는말임)


혹자는 요즘 애들은 - 끈기가 없어서, 생각할 줄 몰라서, 생각 없이 살아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 배가 불렀다 말하지만 애초에 하교조차 혼자 할 수 없게 만드는 의존적인 방식으로 키워내 놓고 다재다능하면서 주도면밀한 인재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완벽한 모순이다. 문제해결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볼 기회를 제공할 '실패경험'에 너그러웠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최근의 인재 동향 - 문제 해결에 능한 주도적 성향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정말 미치게 많다. 우리 인간의 두뇌의 진화속도는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빠르지 못하여 아직도 구석기시대 농경 수렵 채집의 심플한 생계 활동만을 위해 존재했던 두뇌 구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뇌는 아직 거기 그 수준인데, 지금 사회가 원하는 것은 슈퍼컴퓨터급 CPU지능을 원한다. 그러니 말 그대로 미치겠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매일의 불안과 무력감과 자책감에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던 말들이 스쳐간다.

- 죽도록 치열하게 이 일을 고민하고 실행해 보자.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 안되면 잠을 줄여서라도 그 시간을 더 열심히 해보자. 남들과 달라야 한다.

- 경쟁자들보다 나은 차별성은 무엇인가? 그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사회는 죽을 만큼 치열하지 않으면 도태되도록 변하였을까. 빌게이츠가 얼마 전 유퀴즈에 나와서 앞으로의 세대가 갖추어야 하는 마인드로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배우려는 의지'를 언급했다.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삶은 끔찍하지만, 현실이다.


취업준비생들과 학생들에게. 죽도로 치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세태를 슬프게 받아들이자는 말뿐으로 같잖은 위로를 건네는 쌤을 용서해 주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심혈을 기울인 만큼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온다는 것이다. 삶의 기회는 기차와 같아서, 그 기차가 역에 도착했을 때 내가 그곳에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이 꽤 지루하지만, 기차는 언젠가는 온다. 모든것이 변하고 모호한것들로 가득하지만, 그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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