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이야기
야심 차게 기획했던 간절기 아우터 입고가 또 한 달 밀렸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정말 지겹도록 겪는 나의 실수. 그리고 오만. 그리고 능력 부족.
낙담과 비관으로 먹혀버린 오늘 같은 날이 있다.
난 아주 절망적인 머저리 같아서 이젠 진짜 지구에서 사라져야만 할 것 같은 날. 왜 이렇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을까. 내 뜻대로 되는 것 같다가도 힘 없이 고꾸라지는 일이여. 왜 맨날. 나에게만. 오 주여!
도무지 아무것도 잘 해내는 게 없는 루저 같은 나를 만날 때는 뛴다. 그저 뛴다.
나는 운동이고 공부고 직장생활이고 그다지 우월한 게없었는데 걷는 것을 잘한다. 아무짝에 쓸모없을 것 같은 비루한 두 다리가, 뛰는 재주(?)로 내게 힘을 준다.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며 집에 돌아갈 때 발걸음 하나조차가 무거워 짧은 길이 그토록 버거웠던 경험 다들 있지 않나. 땅이 진흙마냥 내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침식당하는 그 기분.
그 더러운 힘을 버텨내고 마침내 땅을 튕겨낸다.
튕겨냄이 연쇄작용 되면, 가속도가 붙는다.
중력과 마찰의 힘을 무력화시킨다.
그럼 속으로 쾌재를 외친다! 내가 이겼다!
땅과 중력과의 승부에서 내가 이긴 기분.
그 나아감을 가슴에 꾹꾹 새긴다.
밟을수록 넌 더 건강해져. 강해져.
그러니 넌 더 이상 쫄지 마.
아 역시 나는 한강이 좋다.
사주에 물을 가까이 하란 얘기도 없었는데
별안간 한강이 좋더니 아주 눌러앉아 버렸다.
한강은 역동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러닝 하는 사람들, 드론라이트쇼, 각종 행사, 테니스장, 수영장, 귀여운 강아지들 모임,, 등등
어느새 이 모든 것이 내 영감의 원천이 되어버렸다. 서울에 한강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너무 많은 긍정의 힘을 받아버렸는데도 지치지 않게 한다. 왜 안사랑해.
내 노미니컬도 결국 이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꽉막힌 답답한 현실에 돌파구가 없을 때 작은 숨줄기 하나 뚫어주는, 주저하지 않게 한걸음을 같이 떼주는 한강 같은 브랜드. 사람들이 노미니컬을 입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노미니컬이라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