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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10. 2016

자꾸 욕심이 납니다

왼쪽, 오른쪽 혹 붙이기


욕심부리면 안 되는데, 혹부리 할머니가 되는 건 싫은데.

알면서도 자꾸 욕심이 납니다.     


돈, 명예, 이런 게 아니라, 사람 욕심이 납니다. 갈수록.   

   

내 몸에 주머니가 아주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머니마다 좋은 사람 한 명씩 살짝궁 넣어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다면,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을 때 불러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는 재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을 평생 내 곁에 딱! 붙여놓을 재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 줄 재주가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된다면,

그 좋은 사람에게 내가, 문득문득 그리운 사람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살아가다 어느 시점에 외로움이 비구름처럼 몰려올 때,

살아가다 어느 순간, 까마득한 절벽에 맞닿아 있음을 느낄 때,

살아가다 어쩔 수 없는 절망에, 퍼져 앉아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을 때,

그 좋은 사람에게 내가 단 ‘1초’라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추위 속, 마음 밑바닥까지 얼어붙을 때, 내 손의 따뜻한 온기를 그리워하길,

더운 여름, 정신이 아득해질 때, 나의 큰 웃음소리가 그리워지길,

벚꽃비가 내리는 봄날, 옆에서 또각또각 걸어가던 내 작은 어깨가 그리워지길,

가을 여행길에 제비집 지은 뒷머리를 대충대충 정리해주던 내 손길을 그리워하길,   

  

좋은 사람에게, 문득문득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자꾸만,

욕심을 부립니다.     



무수한 기억의 파편 속, 그 한 조각 안에 내가 있길. (Lee Bul, '태양의 도시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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