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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12. 2016

마지막 저녁식사

가까이에서, 함께, 오래


퇴근 후 4시간여 동안 지난 인생사, 과거 에피소드,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등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 오늘의 저녁식사.

퇴사를 결정하신 예전 팀장님과 이 곳 여의도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살면서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애틋하고 슬픈 말이 있을까.

‘마지막’이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마지막’이기 때문에 더 절절한 거겠지.

대수롭지 않게 하는 ‘안녕’이라는 말조차, ‘마지막’이기 때문에 온 마음과 심장이 내려앉게 되는 거니까.  

   

가족들과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여행하시고, 간간히 농장일을 도우시느라 조금은 여위고, 조금은 그을린 팀장님 얼굴을 마주한 채, 평상시와 같이, 늘 그랬던 것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던 늦은 밤, 가까이에서 더 오래 뵙고픈 마음을 뒤로 하고 팀장님을 보내드린 후, 회사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 운전석에 앉았을 때, 기다렸다는 듯 눈물샘이 터졌다.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을 만큼.

     

더 자주, 더 많이 찾아뵙고,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서럽게 소리내어 울었다.     


‘환하게 웃던 모습이 예뻤고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늘 밝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답을 보내주시는 분.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뜻함과 응원의 박수에, 나는 그저 운전대를 부여잡고 울 수밖에 없었다. 

    

좋은 사람과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니까.

붙잡을 수는, 더더욱 없으니까.   

  

자리잡으면 꼭 연락하겠다는 팀장님께, 난 약속했다. 진정으로 밝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잘 살아서, 다음에 팀장님 찾아뵐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이것만이,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아니까. 

그들이 나의 에너지원임을, 알고 있으니까.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 때 즈음, 팀장님 내려가 계신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꿀 냄새를 맡고 나비가 꽃을 찾듯, 그렇게 난 좋은 사람들에게로 날아가야겠다.


소복한 장미꽃에서도 꿀냄새가 난다. (사진출처@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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