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리즈’
아주 우연히, 엄마의 꽃띠 청춘시절, 스무살 초반 때 사진을 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지난 과거의 그때, 고전무용에 올인하시기 전 발레와 현대무용을 하실 때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봤던 엄마의 ‘살풀이춤’ 공연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다소 파격적이면서 섹시하기까지 한 포즈에, ‘울 엄마,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시절, 칼라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사진작가가 찍어 주었다는 ‘꽃 꽂은 엄마의 뒷모습’에선 스무살 초반의 풋풋함과 수줍음, 한껏 물오른 사랑스러움이 느껴졌고, 사진작가 작품전에도 전시되었다는 흑백사진은 젊음과 활력, 온 몸 가득 꽉~ 채워진 에너지가 터져나오는 듯 했다.
엄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절정’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사진을 보는 순간, 20대 그 시절 꿈도 하고픈 것도 많았던, 가장 맑고 순수했던 그 때의 엄마와 그 때의 내가 조우하는 느낌이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니, 칠순을 훌쩍 넘긴 울 엄마의 삶과 내 삶이 교묘하게 마주하는 접점이 여럿 있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내려놓는 삶’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한동안 복잡미묘한 느낌 속에 말없이 물끄러미 사진만 보고 있었다.
엄마와 난 여러 면에서 다르기에 일상생활 가운데 부딪히는 부분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아픈 부분이 같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런 탓에 엄마를 보고 있으면 사랑과 연민, 애증, 속상함 등 다양한 감정이 얽혀 녹아드는 바람에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엄마의 리즈시절 사진을 함께 보며 그 시절을 떠올리고선 하하호호 웃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반추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이 웃으면서 살자는 긍정적인 약속을 하며 연휴 마지막날 저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참 다행인 것 같다.
옛 사진이, 지난 몇 년간 수술과 병치레, 일상의 피곤함으로 에너지가 소진된 엄마에게 놓아드린 ‘효녀 비타민 주사’가 된 것 같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웃으면서.
그래서 엄마와 나의 삶이 다시 한번 풍성하게 꽃 피우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