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특별공연 영화
*주연 : 에바 노블자다(킴), 앨리스테어 브라머(크리스), 홍광호(투이), 존 존 브라이언스(엔지니어)
*갈라쇼(초연배우들) : 레아 살롱가(킴), 조나단 프라이스(크리스), 사이먼 보우먼(엔지니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베트남전(1975년)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1989년 초연).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투이' 역에 캐스팅 되어 영국에서 25주년 공연(2014년)을 성황리에 마쳤다기에, 그를 만나고자 하는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영화.
결론적으론 3시간 러닝타임 내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감동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 플러스 전율로 물들게 만든 영화.
사랑과 행복, 희열과 극한의 절망, 절절한 그리움과 아픔 등,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하여 그들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는 느낌으로 극 속에 완전 몰입하게 만든 영화였다.
거기에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까지, 감히 말하건대, 흠잡을 데 없이 매력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과 이별, 기다림
(*스포일러 포함)
미군병사 크리스는 클럽 ‘드림랜드’에서 만난 베트남 여인 킴과 사랑에 빠지고 간소한 결혼식도 올린다. 하지만 호치민 정부(1978년)가 들어서고 미군이 급히 철수하는 상황에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맺어준 킴의 약혼자인 투이는 홀로 남겨진 킴을 찾아 다시 청혼하지만, 킴은 이를 거절한다. 크리스가 떠난 뒤, 비루하고 비참한 삶을 연명해 온 킴. 그 이유를 알게 되어 급기야 분노가 폭발하는 투이.
킴은 결국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운명의 가혹함이 킴 앞에 내려 와 앉는다.
여운과 감동
영화가 끝난 후 초연배우들의 등장 덕에, 눈물로 얼룩진 가슴을 웃음으로 씻어낼 수 있었다.
25년 동안 미스 사이공을 이끌어 온 선배들과 후배들이 함께 하는 그 자리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올 줄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
영화이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직접 공연을 볼 때처럼 전체 무대를 조감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아쉬움을 고이 접어 둘 만큼 영화가 주는 감동이 너무나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여운이 길게, 오래 남아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은 이 밤.
이미 내 곁엔 아름다운 미스 사이공 넘버들, 그리고 홍광호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잠들기 전까지, 아니 잠들면서도 계속 듣고픈 노래.
꿈에서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참 좋겠다.
그 꿈 속에선 킴과 크리스가 슬픈 사랑이 아닌, 아름답고 달달한 사랑 속에 행복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