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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Nov 17. 2016

사랑노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눈썹달이 예쁘게 뜬 강변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흐르는 검은 강물을 바라보며, 거의 20년 만에 다시 부른 노래.     


대학 노래동아리 시절,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불렀던 우리 모두의 애창곡.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노래를 부르니,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하나씩 조금씩 살아나, 가사 한 구절마다 나의 스무 살이, 내 청춘이, 내 사랑이 떠올랐다.     


마지막 소절을 부를 때면 항상 울컥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에 힘을 잔뜩 준 채 눈물을 꾹꾹 눌러 담으며 불렀던 노래.

공연 때면 pin 조명 아래 처연하게 불러냈던 노래.

못 먹는 술이라도 한두 잔 들어가면, 불그레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눈을 반쯤 감고선 '이유 없는 그리움과 서러움'을 토해내며 불렀던 노래.                         

1. 뿌연 가로등 밤안개 젖었구나
사는 일에 고달픈 내 빈손
온통 세상은 비 오는 차창처럼
흔들리네 삶도 사랑도
울며 떠난 이 죽어 떠난 이
나도 모르네 떨리는 가슴도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2. 공장 불빛은 빛을 바래고
술 몇 잔에 털리는 빈 가슴
골목길 지붕 어두운 모퉁이
담장에 기댄 그림자 하나
어떻게 하나 슬픈 사랑들아
뭐라고 하나 떨린 가슴으로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vhVsVdHnrhQ    

오래된, 빛바랜 앨범과 추억


지금, 다시 이 노래를 부르니 스무 살 때의 감정과는 사뭇 다른 지릿함이 몰려온다. 뒷목부터 가슴 정중앙으로 뜨거운 전기가 흐르듯 뻐근함도 한가득.


열정적으로 살고자 했고 뜨겁게 사랑하고자 했으며, 나를 지켜내고 변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쓴 지난 시간들이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록 내가 원하던 대로 살아가고 있진 않지만, 미련 많은 인생길에 더 이상의 아쉬움은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렇게 모든 걸 '털어내듯' 노래를 불렀다.


내 심장에서 다시 삶에 대한 의지가 솟아나길 기원하며,

‘사람’이란 존재를 다시 사랑할 수 있길 기도하며,

꾸역꾸역, 어떻게든 살아 내리라 마음먹으며.     


나의 ‘사랑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 고비, 이 언덕, 이 산마루를 넘어가 다시 평지로 들어설 때까지, 수천 번, 수만 번이라도 불러야지.    


고치를 뚫고 나오듯,

허물을 벗어내듯,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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